[울산 지진] 재난경고도 없고, 대피소는 내진설계 안돼…’엉망’

부산 지역 지진대피소 수용 인원 市인구 4% 불과

지진대피소 57%, 기본적 내진설계도 갖추지 않아

안전처, 울산ㆍ경남 일부에만 긴급재난문자 발송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지난 5일 밤 지진 관측이래 다섯 번째로 강한 규모의 지진이 울산에서 발생한 가운데 국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허술한 지진 대비 태세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 지역 지진 대피소 절반 이상 ‘내진설계’ 미비=6일 부산시의회 박명성 의원이 부산시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산 시내 지진대피소 302곳 중 내진 설계를 적용한 곳은 129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57%의 지진대피소가 가장 기본적인 내진 설계도 돼 있지 않은 것이다.


부산 지역은 이번에 5.0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울산 동쪽 52㎞ 해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아 많은 주민들이 진동을 느끼는 등 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곳이다. 대피소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 역시 14만1494명으로 부산 인구의 3.97%에 불과했다. 지진대피소는 초ㆍ중ㆍ고등학교 건물이나 체육관ㆍ강당 등 부속 건물이 대부분이다. 박 의원은 “과거에 지어진 건물을 대피소로 지정하다 보니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며 “내진 설계를 적용한 건물로 대피소를 확대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또 그는 부산 지역 건축물 중 25년 이상 된 낡은 건물의 비율은 무려 60.3%에 이르러 지진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법령으로 내진 설계를 의무화한 것이 1988년이기 때문에 시내 건물의 절반 이상이 지진에 취약하다는 주장이다.

박 의원이 조사한 결과 35년 이상 된 건물도 부산지역 전체 건물의 35.5%인 13만4000여채나 됐다. 내진 설계 대상인 공공시설물 2027개 가운데 내진 설계를 적용한 건물은 502개(24.7%)에 그쳤다.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은 공공시설물 가운데 공공건축물 961곳, 도로시설 225곳, 도시철도 39곳, 수도시설 44곳, 항만시설 8곳 등은 당장 보강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처, 울산ㆍ경남 일부에만 ‘재난문자’=‘국민안전 컨트롤타워’인 국민안전처는 전국 각지에서 진동을 느낄 수 있었던 이번 지진과 관련해 일부 지역에만 재난문자를 송출한 데 이어, 발송한 문자의 날짜도 잘못 작성하는 등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전처는 지난 5일 오후 8시33분께 발생한 지진에 따라 진도 4 이상으로 분석된 울산 4개구와 경남 4개 시ㆍ군(양산, 의령, 함안, 창원) 지역에 긴급재난문자를 보냈다. 이는 안전처가 진도 4 이상 지역에만 긴급재난문자를 보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안전처는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 지진 때 부산과 경남 등 일부 지역에서 지진에 따른 진동이 감지됐지만 대국민 알림서비스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안전처는 지난 5월 ‘지진방재 개선대책’을 마련하고 지진 긴급재난문자를 진도 4 이상 지역에 송출하기로 했다.

안전처가 지난 5일 오후 10시까지 접수한 지진감지 신고 7918건 가운데 진도 2 이하 지역인 경북이 1895건으로 가장 많았고, 대구도 1088건에 이르는 등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지진이 감지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전국에서 지진 감지 신고가 속출했지만 긴급재난문자는 8개 시ㆍ군ㆍ구에만 발송돼 다른 지역의 주민들은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안전처는 또 1차로 보낸 문자에서 발생 일자를 5일이 아닌 4일로 작성하는 실수도 저질렀다. 아울러 안전처의 긴급재난문자는 2013년 이후 출시된 LTE(롱텀에볼루션) 스마트폰부터 의무화했기 때문에 송출대상 지역의 주민이라도 휴대폰의 종류에 따라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3세대(3G) 스마트폰은 배터리가 급격히 소모되는 등 문제로 수신되지 않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안전디딤돌’을 설치하고 알림을 설정해야 받을 수 있다.

김희겸 안전처 재난관리실장은 “5월 대책에서 재난자막방송을 기존 규모 3.5에서 일반 국민이 진동을 감지할 수 있는 3.0으로 확대하고 국외에서 지진이 발생해도 진도 4 이상 지역에 긴급재난문자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추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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