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검사 자살 ‘후폭풍’ ③] 무소불위 검찰, 속으로는 곪아있었다

-‘검사동일체’, ‘상명하복’…소통없는 일방적 조직문화 심각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무소불위’. 우리나라 검찰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다.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가장 막강하다. 행정부의 외청에 불과하지만 차관급 인사가 50명에 육박하고, 수사부터 형 집행까지 모든 형사절차에 관여할 수 있다. 그래서 검찰에 밉보이는 인사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란 점은 검찰에 어마어마한 힘을 준다. 나중에 법원에서 무죄 결정이 날 지라도 검찰이 찍어 수사를 시작하고 기소하면 누구든 정상적인 삶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런 검찰이 요즘 이상하다. 최근 33살 밖에 안된 서울 남부지검 김모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누구나 선망하는 최고 권력기관에 이제 막 입성한 전도유망한 젊은 검사가 도대체 왜 그랬을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그가 남긴 “부장검사에게 매일 욕을 먹으니 자살 충동이 든다”, “보고 때면 결재판으로 찌르고 수시로 폭언을 한다” 는 등의 메시지는 충격적이다. 사법연수원 41기 동기회(회장 양재규)는 5일 기자회견을 열어 “김모 검사의 사망이 직장 상사인 김모 부장검사의 괴롭힘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며 “그가 정말 직장 상사의 괴롭힘 때문에 사망한 것이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검찰 스케치.

의정부지검 임은정 검사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힌 검찰 문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임 검사는 “검찰의 눈부신 내일이었을 참 좋은 후배의 허무한 죽음에 합당한 문책을 기대한다”며 16년째 검사를 하면서 겪은 검찰 내부에서 발생했던 여러 일화를 털어 놓았다. 상사가 “성매매 피의자로 보여 결재를 못받겠다”고 했던 것이나 “스폰서 달고 질펀하게 놀던 간부가 나를 부장에게 꼬리치다가 뒤통수치는 꽃뱀 같은 여검사라고 욕했다”는 등의 내용이 그것이다. 검찰들이 외부 인사와 만나 성매매를 하는 등 질펀하게 노는 사례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사실 임 검사는 이미 검찰 내부의 비합리적 업무 행태를 행동으로 폭로해 주목받은 인물이다. 2012년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에 근무할 때 과거사 재심 사건의 공판검사로서 ‘백지 구형’ 방침을 어기고 ‘무죄 구형’을 했다가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그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고, 1ㆍ2심에서 승소해 화제가 됐다. 검사들이 상사들이 내려준 방침에 따라 판결을 내리고 있고 이를 어기면 징계까지 받는다는 뜻이다.

검사들의 자살 소식은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1993년 부산지검의 젊은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2011년 대전지검 검사도 자살했다. 모두 상관에게서 받은 인간적 모멸감이 원인으로 전해진다.

이런 분위기는 검찰의 상명하복 문화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내부엔 ‘검사동일체 원칙’이라는 강력한 문화가 있다. 무슨 사건을 처리할 때 검찰 내 어떤 검사든 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구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상사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 관계로 이어진다고 한다. 실제 검찰청법에는 ‘검사가 검찰 사무에 관해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고 규정돼 있었다. 이를 2004년과 2009년 ‘소속 상급자의 지휘ㆍ감독에 따른다’로 수정했지만, 여전히 상사에 의한 일방적인 명령 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게 검찰 조직 안팎의 판단이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검사들은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엄청난 업무부담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번에 곪은 게 터진 것으로 볼 수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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