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정치] 국회의원 친인척 채용 전수조사, 전화 한통으로 끝?

[헤럴드경제=이슬기ㆍ유은수 기자] “거기 8촌 이내 친인척 채용 있나요?” “아뇨, 없습니다.” “네.”

‘허무 개그’ 같은 대화는 새누리당이 최근 실시한 당 소속 의원의 친인척 채용 여부 전수조사의 민낯이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딸 인턴 채용 논란이 불거지자 새누리당은 당내 전수조사를 실시해 의원실 친인척 채용을 근절하겠다고 했다. 야당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혁신의 기회로 삼자는 하태경 의원의 제안 이후다.

조사는 간단했다. 당직자가 의원실마다 전화를 걸어 의원의 친인척이 있는지 물어봤다. 전화 받은 관계자가 “없다”고 하면 제외됐다. 외국처럼 의원과 보좌진의 관계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는 식의 절차는 없었다. 그나마 전화조차 받지 못하고 ‘8촌 이내 친인척 채용, 보좌진 급여 유용 사례에 해당하면 하루 빨리 시정 조치해달라’는 전체 이메일을 받은 게 전부인 의원실도 있다. 한 중진의원 보좌직원은 “의원실 채용 전수조사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당 차원에서 (친인척 채용) 전수조사한 결과 자진 면직처리했다”고 밝혔다. 박명재 사무총장은 “(친인척 채용)해당자는 의원 기준 10명 미만”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사 방식에 허점이 있다면 조사 결과에도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은 일찍이 “소속 의원 전원이 친인척 보좌진을 임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한 뒤 조배숙, 정동영, 송기석 의원 등의 친인척 채용이 뒤늦게 밝혀져 홍역을 겪은 바 있다.

위기를 서둘러 모면하려는 허술한 조치는 공정하지 못한 결과를 낳는다. 실제로 비슷한 친인척 채용이라도 언론 보도와 면직 시기에 따라 여론 재판 수준은 판이했다. 가족 채용 문제의 발단이 된 서영교 의원과 그 직후 5촌 조카 채용이 밝혀진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각각 법제사법위원과 보건복지위 간사 자리를 사퇴하는 등 큰 대가를 치렀다. 반면 해당 보좌직원 면직만으로 위기를 모면한 의원이 대다수다. 소속 정당은 파악했으나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경우엔 훨씬 수월하게 상황을 종료했다.

더 큰 우려는 여전히 당과 언론의 감시망을 피해 친인척 채용이나 보좌진 급여 유용 등이 드러나지 않은 국회의원이 존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국회의원 보좌직원들은 “의원실 채용은 전적으로 국회의원 마음대로 이뤄지기 때문에 의원이나 보좌직원이 스스로 문제를 밝히지 않는 이상 저절로 드러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정당과 국회가 이번 계기로 국회의원실 채용 전반의 고질적 병폐를 바닥부터 단속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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