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前쟁②] “개봉하면 빨리 사라진다, 크랭크인보다 홍보부터” (영화)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새로 촬영 들어가는 영화에 ‘대세 배우’ 출연이 확정됐다. 촬영도 시작하기 전인데, 홍보는 이미 시작이다.

극장 개봉 영화는 매년 1000편을 웃돈다. 관객 유치 경쟁은 심해진다. 영화의 승패는 개봉 당일과 첫 주 주말 스코어에 달렸다. 개봉일을 ‘디데이(D-day)’로 예매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이 영화 홍보의 핵심. 관객들의 머릿속에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심고, 실제로 ‘영화 표를 사는’ 행동을 이끌어내려면 개봉 전까지 달려야 한다.

▶ “사전홍보가 다 한다”= “8대 2, 혹은 9대 1.”(영화홍보사 퍼스트룩 강효미 이사) 영화 개봉일 전후로 들어가는 ‘홍보 물량’의 비율이다. 


80~90퍼센트는 사전 홍보에 집중된다. 최근 극장에 걸린 영화가 교체되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면서 개봉 후 단 며칠간의 스코어로 승부를 보지 못하면 소리소문없이 상영관을 빼앗기기 때문. ‘시작이 반’인 셈이다. 개봉 첫주 성적이 미미하지만 ‘뒷심’을 발휘하는 영화는 많지 않다.

한국영화의 경우 감독, 배우 등 스텝이 꾸려지고 나면 홍보사라는 새로운 파트너가 붙어 홍보 콘셉트와 일정을 조율한다. 개봉일까지 길게는 1년~짧게는 6개월에 걸친 일정이다.

본격적으로 사전 홍보에 돌입하는 시기는 개봉 8주 전. 영화 작업 타임테이블 상에선 촬영이 끝나고 막바지 후반작업이 한창일 때다. 영화의 이미지나 예고 영상을 처음 공개하는 것으로 예열에 들어간다. 감독과 배우가 언론 앞에서 처음 영화를 소개하는 자리인 제작보고회는 4~6주 전에 진행된다. 이때부터 흔히 볼 수 있는 버스나 지하철 등의 옥외광고도 가세한다.

3주 전에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쇼케이스 등 이벤트가 이어지고, 1~2주 전에는 언론 시사회로 드디어 영화가 처음 베일을 벗는다. 이후 개봉 전까지 배우나 감독 인터뷰, 방송 출연, 관객들의 입소문을 위한 일반 시사회 등으로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린다. 


개봉일 후에는 배우들의 무대인사, 관객과의 대화 진행이나 “박스오피스 1위”, “500만 돌파”와 같은 스코어를 부각시키는 정도로 홍보 활동이 축소된다.

영화홍보사 영화인의 박주석 실장은 “방송 드라마와는 다르게 영화 홍보ㆍ마케팅 활동은 개봉일을 중심으로 짜여지고 모든 홍보가 개봉 전에 이뤄지도록 계획을 세운다”라며 “그야말로 개봉일까지 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객에게 조금이라도 영화 노출도를 높이려 무리한 홍보일정을 진행했던 때도 있다. 영화인 박주석 실장은 “5~6년 전에는 언론 시사회도 전에 배우 인터뷰를 잡는 경우도 많았다”라며 “시사회 이후가 되면 완전히 개봉임박 시기이기 때문에 인터뷰 노출 시기를 일찍 잡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이 영화를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한 인터뷰는 피상적이기 일쑤였고, 이 관행은 곧 사라졌다.

▶전쟁같은 홍보…경쟁 심해= 방송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처럼 고유 ‘채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영화는 일찍이 홍보 활동에 치열하게 뛰어들었다. 방송사가 자사 드라마 예고편을 내보낼 수 있는 것과 달리 영화는 채널부터 뚫어야 하기 때문. 캐스팅 보도, 티저 공개, 제작보고회, 시사회 등 언론을 통해 노출도를 높이는 일련의 시스템이 정착돼 왔다.

일정은 차근차근 진행되지만, 경쟁은 세다. 일주일에 크고 작은 한국영화 3~5편, 외화 5~10편이 개봉하는 극장에서 상영관 한두 개를 더 선점하는 것은 ‘전쟁 같은’ 경쟁을 부른다. 개봉 전 예매율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영화 배급사ㆍ홍보사들은 SNS 상에서 얼마나 영화가 이야기되고 있는지를 가늠하고자 ‘버즈 측정’에 나섰다. NEW 양지혜 홍보팀장은 “버즈를 측정하는 몇몇 회사로부터 매주 자료를 받아 홍보 활동이 잘 되고 있는지를 가늠한다”라며 “개봉 전까지 지속적으로 버즈량이 올라가는 게 정상인데, 그렇지 않다면 홍보에 비상이 걸린 것이므로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퍼스트룩 강효미 이사는 “인지도 조사와 함께 선호도 조사도 이뤄진다”고 말했다. “단순히 SNS 버즈를 정량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인지도 조사라고 한다면, 영화를 ‘보고싶다’거나 ‘기대된다’라는 표현이 반영돼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선호도 조사”라고 설명했다.

수치로 드러나는 홍보 효과에 ‘홍보인’들의 압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일같이 기사화가 될 만한 색다른 아이템을 찾아 보도자료를 쏟아낸다. 다른 분야에서 영화 홍보로 넘어온 영화계 한 관계자는 “개봉 2~3주 전부터는 매일 한 개씩 보도자료가 나가는 것을 당연시하는 업계 분위기에 처음엔 깜짝 놀랐다”고 귀띔했다.

▶크라우드펀딩ㆍ인강…사전홍보도 각양각색= 신선한 사전홍보 수법들도 최근 등장하고 있다. 7월 개봉하는 ‘인천상륙작전’은 전문 투자자가 아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지난 3월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IBK투자증권이 모집한 증권투자형 크라우드펀딩으로 영업 7일만에 목표액을 초과 달성하며 5억5250만원의 투자금을 모았다. 투자자 수는 280여 명이다.

투자자들에게는 목표 관객수 500만 명을 넘어설 경우 수익이 나는 ‘투자’이지만, 한편으로는 영화에 대한 관심도를 올리는 일 중 하나기도 하다. 최근 ‘연평해전’이나 ‘귀향’ 등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인 제작비로 영화를 흥행시킨 전례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엔 참여자들의 이름이 모두 올라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관객 참여형’ 활동이 영화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강효미 이사는 “단순히 홍보만을 위한 활동은 아닐지라도, 본인이 소액이라도 투자한 영화에 대한 관심도는 올라갈 수 있고 영화 제작자 입장에서는 ‘아군’이 형성되는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역사적 사실을 다룬 영화 개봉에 앞서 공개하는 ‘인강(인터넷 강의)’은 이미 공식화된 사전 홍보 수단이지만 효과는 여전하다. 지난 2014년 ‘명량’이 1761만 명이라는 기록적인 관객수를 달성할 때, 설민석 강사의 인강이 큰 일조를 했다는 관계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올 여름 근현대사를 다룬 기대작 ‘인천상륙작전’은 이미 설민석 강사의 인강이 공개됐고, ‘덕혜옹주’ 측도 인강 콘텐츠 제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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