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상업용 부동산 붕괴 방아쇠 당겼다…돈풀기 시동 건 중앙은행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영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도미노가 쓰러지기 시작했다” 하그레스브 랜스다운의 애널리스트 레이쓰 칼라프가 블룸버그 통신에 한 말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후폭풍이 가시화되고 있다. 방아쇠는 영국 부동산펀드의 환매 중단이 당겼다. 특히 영국 상업용 부동산의 대부분이 외국인 투자자들이라는 점에서 영국 자산 바겐세일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이와 관련 5일(현지시간) “(브렉시트 이후) 일부 위험들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현재 영국 금융안정 전망은 도전적”이라며 은행들의 경기대응자본완충 비율을 0.5%에서 0%로 낮추기로 했다. 사실상 영란은행이 돈풀기에 시동을 건 것이다.

▶영국 자산 매각 시작됐다…상업용 부동산 붕괴 우려= 영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 펀드인 M&G 인베스트먼트는 이날 44억 파운드(약 6조7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펀드에 대한 환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아비바 인베스터스 부동산펀드도 이날 18억 파운드(약 2조7000억원) 규모 펀드의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M&G와 아비바는 각각 182개, 124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앞서 스탠더드라이프 인베스트먼트도 전날 자산 규모 29억 파운드(약 4조4000억원)의 부동산 펀드 환매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브렉시트 이후 지금까지 환매를 중단한 부동산 펀드 규모만 90억 파운드가 넘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이들 펀드의 순자산 대비 현금비중은 M&G가 7.2%, 아비바가 9.3%, 스탠더드라이프가 13.2%에 불과하다. 칼라프 애널리스트는 이와 관련 “이들 펀드가 직면한 문제는 환매에 응하려면 자산을 팔아야 하는데 이는 시간이 걸리는 반면 환매에 대비한 현금은 바닥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FT는 브렉시트 이후 잇따른 환매 중단은 다른 부동산펀드들도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펀드들이 빌딩 매각에 나서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급락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촉발하고 있다.

제퍼리의 애널리스트 마이크 프류는 FT에 개방형 펀드들이 영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5%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는 2007년 금융위기 직전(2%)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영국 부동산펀드들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환매 요구가 거세지자 자금 인출을 중단시킨 바 있다. 그 여파로 영국의 부동산 가격은 고점 대비 40%가 하락하는 후유증을 겪은 바 있다.

BOE도 이날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그동안 외국자본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거 유입됐다”면서 “2009년 이래 부동산 전체 거래(금액 기준)의 약 45%가 외국인 투자자들이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지난 1분기 외국자본 유입이 약 50% 감소했다”면서 “특히 최근 부동산펀드 주가 급락은 부동산시장의 조정 위험을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에 편입된 부동산펀드들의 주가는 브렉시트 결정 직전과 비교해 30% 안팎으로 폭락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날 미국 달러화 대비 영국 파운드화는 급락세를 보이면서 장중 한때 전날종가 대비 2.2% 급락한 파운드당 1.300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28일 기록한 31년 만의 최저치(1.3121달러)를 또 깬 것이다.

▶영란은행, 금융ㆍ통화완화정책 완화 시동= BOE는 브렉시트 결정 이전부터 조짐을 보인 성장둔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금융ㆍ통화정책 완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BOE는 이와 관련 이날 금융정책위원회를 열고 은행들의 경기대응자본완충 비율을 0.5%에서 0%로 낮추기로 했다. 은행들의 가계ㆍ기업대출 여력은 최대 1500억 파운드(약 226조원)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로이즈, 바클레이스 등 주요 은행장들은 이날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과 면담한 뒤 내놓은 성명에서 “추가된 자본 여력을 가계와 기업대출 지원에 사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마크 카니 BOE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커지는 증거”가 있다면서 아마도 “상당한 둔화”를 경험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안정을 위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여하한 조치들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오즈번 재무장관도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우해 재정기조 전환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와 경제산업조사센터(Cebr)가 영국에 기반을 둔 기업 1000 곳을 대상으로 벌여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2개월간 경제에 대해 비관하는 기업의 비중이 브렉시트 결정 전 25%에서 결정 이후 49%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현지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영국 경제가 당장 3분기부터 리세션(2분기 연속 경기 후퇴)에 빠져 3분기 이후 1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들도 나오고 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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