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일간의 세계여행] 112. 인파로 꽉 찬 솔광장…굿바이, 마드리드!

[헤럴드경제=강인숙 여행칼럼니스트] 산티아고로의 걸음을 마쳤어도 나에겐 까미노의 여운이 길게 남아있다. 그 여운으로 포르투에서의 4일도 보내고 여기 마드리드의 알베르게에서 순례를 마치거나 시작하는 사람들과 마주치면서 까미노 데 산티아고의 대장정이 마무리됨을 실감한다.
밤차로 리스본으로 떠날 예정이라 배낭을 숙소에 맡겨두고 솔광장으로 나간다. 익숙해진 솔 광장이지만 오후의 거리는 아침이나 밤 풍경과는 또 다르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햇살 아래 어디선가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들고 커다란 버스가 쏟아놓은 패키지 관광객들은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구경을 하고 있다.


마요르 광장에서는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진 건물도 눈에 띈다. 날씨가 좋아져 사람들의 옷차림도 각양각색이다. 잠깐 들러서 뭘 보고 사라져 버리는 여행자에겐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게 여행 맞다. 그러나 머문다고 해서 코끼리의 모든 걸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광장의 장화 신은 고양이는 아이에게 결투(?)를 청하고 호기심 넘치는 눈으로 고양이를 바라보던 아이도 장난감 칼을 든다. 아이는 얼마나 재미있을까? 지켜보기만 해도 즐거워 보이는 장면이다. 떠나는 사람에겐 모든 풍경이 아스라한 추억으로 남겨진다.
마요르 광장에 나있는 아홉 개의 문을 통해 나가면 작은 골목들이 이어진다. 골목에는 아기자기한 장난감과 인형만을 파는 상점이 눈길을 끈다. 여성을 주제로 한 책이나 초상화를 파는 리브레리아 무헤레스(Libreria Mujeres)라는 가게도 들락거린다. 여성 작가, 여류 화가와 관계된 소품들을 전시하고 파는 곳이다. 프리다 칼로의 기념품도 팔고 있다.
 


떠나는 상념으로 골목을 쏘다니다가 다시 솔 광장으로 온다. 해가 넘어가면서 긴 그림자를 드리우지만 공중부양 퍼포먼스는 여전히 계속 중이다. 하루 종일 있으면 어쨌든 힘도 많이 들 것인데, 얼마나 호기심을 자극했느냐에 따라 노동의 대가가 결정되는 것이다. 처음 봤을 땐 신기하기만 했는데, 다시 보니까 막상 가면 속 의 얼굴이 궁금해진다.
 


기마상 아래에선 아예 악단(?)이 버스킹(busking) 중이다. 여러 사람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선율이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광장의 메트로 입구에선 달변의 아저씨가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얼마나 이야기를 감칠맛 나게 하는지는 겹겹이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가 조용히 빠져나온다. 거기 서서 참여하고 싶지만 스페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내겐 소음일 뿐이다. 그래도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인들이 즐기는 이 광장의 흥청거림이 보기 좋다.
 


은행 앞에서 일단의 사람들이 몰려 시위를 하고 있다. 나는 여행자로 마드리드를 지나치고 기억하겠지만 마드리드 사람들에겐 삶의 터전이다. 여행자는 아름다운 풍경, 유서 깊은 장소, 특이한 소품들에 한 눈이 팔리지만 이곳에도 반복되는 일상이 있고, 열렬히 외쳐야 하는 처연한 삶도 있다.
 


인파로 붐비는 솔 광장을 뒤로 하고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메트로에 오른다. 남부 버스터미널 역으로 가기 위해 숙소에 맡겨둔 배낭을 찾아 멘다. 늦은 밤 터미널은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의 설렘으로 붐비고 리스본으로 데려다 줄 버스도 도착한다.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모두 차에 오르고 나서 버스는 리스본을 향해 출발한다. 그렇게 마드리드가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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