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도 ‘켜자마자 오작동’…비리ㆍ특권ㆍ막말 국회

[헤럴드경제=이형석ㆍ이슬기 기자] 국회 개원 직후 열린 대정부질의에서 야당 의원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비난했다. 여당 의원 자리에서는 고함이 나왔다. 여야 가릴 것 없는 막말과 고성으로 아수라장이 된 본회의는 몇 시간 동안 중단됐다.

16대 국회 개원 50여일만인 2000년 7월 13일과 20대 국회 개원 약 한달만인 2016년 7월 15일에 여의도에서 펼쳐진 풍경이다. 대통령과 여야만 바뀌었을 뿐이다. 16년 전엔 대정부 질의에서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이 “청와대가 언제부터 친북세력이었느냐”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갔던) 2박 3일만에 만리장성을 쌓았느냐”고 막말수준으로 김대중 정부 대북정책을 비난했다. 그러자 여당인 민주당 측에서 반발하며 본회의는 7시간이 중단됐다.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이 질문 도중 여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여 회의가 진행되지 않자 정진석 새누리당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 박지원 국민의당 원표가 박주선 국회부의장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박해묵 [email protected]

5일 대정부질의에선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이 황교안 국무총리를 향해 “대통령이 영남 편중 인사를 했다”고 하자 여당석에서 비난이 빗발쳤다. 이에 김 의원은 여당 의원들에게 “총리의 부하직원이냐”고 했다. 김 의원의 발언을 자리에서 비난한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을 향해서는 “대전시민들을 부끄럽게 하지 말라”고 했고, 여당측 의원들을 싸잡아 “저질 국회의원”이라고도 했다. 여야간 고성이 잇따르며 결국 본회의는 3시간여나 정회됐다.

지난 6월 9일 첫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등 20대 국회 원구성이 이뤄진지 6일로 약 한달이 됐다. 역대 가장 빠른 원구성과 ‘협치’를 다짐하며 출발한 국회였지만 본회의장이 파행까지 치달으며 20대 국회도 초반부터 ‘비리국회’ ‘특권국회’ ‘막말국회’ ‘공전(空轉)국회’의 구태를 반복했다. 역대 국회가 보여줬던 온갖 볼썽 사나운 모습이 한달만에 고스란히 반복됐다. 첫 시험무대는 ‘낙제점’이었다. 앞으로 남은 4년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크다.

치부가 드러나기는 한달도 길었다. 20대 국회가 닻을 올리자마자 비리의혹이 터졌다. 공교롭게도 정세균 국회의장이 선출된 지난 6월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수민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이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 개인으로부터 전 사무총장이었던 박선숙 의원,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까지 번지며 결국 안철수ㆍ천정배 공동대표가 사퇴하는 상황까지 맞았다. 새누리당에선 이군현 의원이 보좌관 급여 2억4000여만원을 빼돌려 불법 정치자금으로 수수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특권국회’의 민낯도 적나라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국회의원 특권을 이용한 친인척 보좌관 채용 관행이 여야 가릴 것 없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서영교 의원이 문제가 되자 단 며칠만에 여야 의원실에서 수십여명의 보좌관이 면직됐다.

주요 의사일정에선 헛바퀴만 돌았다. 6일까지 상임위원회와 대정부질의를 통해 정부 각 부처 업무보고 및 현안 점검 등이 이뤄졌지만, ‘팩트’(사실)와 데이터가 부족한 야당은 대안없는 비판과 온정주의ㆍ윽박지르기로 일관했고, 정부 관료들은 “모르겠다” “확인해보겠다” “개인적인 입장을 말할 처지가 아니다” “검토하겠다”란 말만 되풀이했다. 버젓이 확인된 사실에도 “수사가 끝나면… ”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관료로서의 소신도, 정책 추진의 의지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당 의원은 국회의 감시 견제 역할을 잊은 채 정부 역성 들기에만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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