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사고 막을 작업중지권, 있어도 못 쓴다

- 산업안전보건법 “근로자가 산재 위험 느낄 때 작업 중단할 수 있다”

- 위험 근거 근로자가 제시 못 하면 민ㆍ형사상 책임 추궁 다반사

- 비정규직은 작업 중단 도중 임금 못 받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지난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김모(19) 군은 지난해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 만들어진 2인 1조 작업 매뉴얼에도 불구하고 홀로 보수작업에 나섰다가 진입하는 전동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한 변을 당했다. 서울메트로 하청업체인 은성PSD는 작업자가 노출될 위험성을 알면서도 서류상으로는 두명이 보수를 한 것으로 꾸미고 플랫폼으로 김군의 등을 떠밀었다. 법상으로 사고의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근로자가 작업을 중단할 수 있지만 김군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지난 5월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로 숨진 김모 군은 사고 위험에도 홀로 보수작업에 나섰다. 법규 상 근로자는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수 있지만 비정규직인 김 군에게 이같은 규정은 ’그림의 떡‘이었다.

민주노총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작업중지권과 안전할 권리 토론회’를 열고 근로자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작업중단권’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1990년 도입된 산업안전보건법 제 26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만큼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근로자를 대피시킨 후 필요한 안전ㆍ보건상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작업이 중단되면 경제적 손실을 입을 사업주가 이를 지킬 유인이 없다. 이에 같은 조 2항에서는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만큼 급박한 위험으로 인해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했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극적 규정이지만 작업자의 판단에 따라 위험할 경우 작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민 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여전히 근로자가 생명에 위험을 느껴 작업을 중지했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아무런 위험이 없다고 판명되면 회사가 근로자에게 민ㆍ형사상 책임을 묻는 형국”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2014년 7월 26일 오전 기아자동차 화성 공장 머플러 조립공정에서 차량에 장착된 머플러가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나 작업이 중단됐다. 이후 대책회의를 요구하는 노조와 사람이 다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작업 재개를 지시한 사측 간 의견충돌로 이날 저녁까지 생산 라인 가동이 중단됐다. 이후 회사 측은 작업 중지를 이끈 한 대의원을 업무방해죄로 형사 고소하고 수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물론 같은 법 제 26조 3항은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을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해 해고나 그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현실에서 ‘작업 중지를 할 수 있는 급박한 위험’의 기준이 매우 모호하다는 점이다. 근로자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사업주는 언제든지 징계하거나 해고할 수 있어 사실상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파견직이나 하청 노동자 등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일을 도맡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은 더욱 먼 얘기다. 최 활동가는 “작업중지권이 적극적으로 활동되는 사업장에서조차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과 달리 작업 중지 도중 임금손실에 대한 보전이 약속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위험한 상황을 감수하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 조선소의 노동안전보건활동가는 “환기 문제로 작업을 중지했는데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 문제 때문에 3일 만에 풀수 밖에 없었다”면서 “위험한 일을 하도급에 맡기고 하도급은 물량팀에 맡기는 구조”라며 원청업체가 안전보건상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야당도 ‘작업중지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지난달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서작업 중단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요구하는 대신 ‘판단한 근로자의 의도가 악의적이지 않을 경우’ 근로자에 대해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노동계는 이에 더해 작업을 중지한 뒤 다시 작업을 재개하기 위한 조건으로 ‘노사 간 합의’를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캐나다 노동법에서는 작업 현장의 위험도에 대해 노사 간 이견이 있을 경우 3번까지 중재 절차를 거치도록하고 이 과정 중에는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작업을 재개하지 못 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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