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물폭탄 걱정 ①] “비 오면 힘든건 우리처럼 가진것 없는 사람들”

-피해지역 주민들 “또 비 온다는데, 다시 당하지 말란 법 없잖아요” 하소연

-4~6일 집중호우에 발생한 비 피해, 대부분 ‘산동네’, ‘반지하층’ 등에 집중

-피해보상 있지만 처리에만 두달 소요…저소득층 피해자, “당장 생계 걱정”

[헤럴드경제=신동윤ㆍ유오상 기자] #1. 서울 중구 남산자락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나도록 불안감에 떨고 있다. 평소 게스트하우스가 많아 외국인의 왕래도 잦은 이 지역에서 폭우로 인해 축대가 붕괴하며 토사유출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주민 A 씨는 “평소에도 위태롭단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여지없이 축대가 무너져 내렸다”며 “미리 보강공사를 하든 준비했어야 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동네의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낡은 건물들이 대부분이라는 B 씨는 “구청에서 임시복구를 하긴 했는데 전반적인 안전검사를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확실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 폭우로 인해 붕괴한 뒤 토사가 다량 유출된 서울 중구 남산동 주택가의 축대 모습. 유오상 기자/[email protected]

#2. 지난 5일 새벽 지하 1층이 침수됐던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연립주택. 주민 C 씨는 “지하에 물이 조금 차올랐을 때 소방차가 긴급 출동해 신속히 물을 퍼내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장마ㆍ태풍 소식 때문에 여전히 주민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주민 D 씨는 “장마철만 되면 우리처럼 가진게 없는 사람들은 침수 걱정 뿐만 아니라 연례 행사처럼 찾아오는 곰팡이 탓에 가족 건강을 해칠까 걱정하고 있다”며 “앞으로 비가 더 많이 온다는데 또 다시 침수돼 더 큰 피해가 일어날까 벌써부터 고민”이라고 했다.

높은 축대가 즐비한 산동네나 주택가 반지하층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여름철만 되면 노심초사하고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자리잡은 삶의 터전이 풍수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면서 체감하는 고통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서울시소방방재센터에 따르면 지난 4~5일 호우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 출동한 횟수는 총 218건에 이르렀다. 이중 갑작스럽게 내린 폭우로 배수가 되지 않는다는 신고가 총 167건으로 가장 많았다. 4건의 축대ㆍ지붕 붕괴 사고로 인해 22명의 주민들이 대피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은지 오래된 건물이 많은 지역이나 재개발이 예정돼 주민 안전을 위한 보강공사 등이 없는 지역은 장마철 폭우가 쏟아질 경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 서울 서대문구의 대표적인 산동네 마을인 ‘개미마을’의 모습. 신동윤 기자/[email protected]

이번 폭우로 인해 삶의 터전이 망가지는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기자와 만나 답답함을 하소연했다.

축대가 무너져 가족 및 이웃 주민들과 함께 가까운 찜질방으로 대피했던 서울 관악구 주민 E 씨는 “하필 집 사이에 위치한 축대가 무너지는 바람에 여러집이 한꺼번에 피해를 입었다”며 “재개발 예정지다보니 균열이 많은 낡은 건물이 대부분이고, 보수 역시 하지 않아 이런 문제가 생겼다. 튼튼하게 축대를 쌓아 올린 아파트라면 이런 문제가 있었겠냐”고 했다.

폭우로 인해 발생한 침수나 산사태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국가에서 보상해주는 것은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빠듯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뭄에 단비와 같다. 하지만 조사 절차를 거쳐 정식 보상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탓에 당장의 생활을 걱정해야하는 형편이다.

서울 노원구청 관계자는 “정식 조사 절차를 거쳐 금전적 보상이 이뤄지기까지는 약 2개월 정도 걸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침수 피해 등으로 보상을 신청하는 분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인 분들이 대부분인만큼 최대한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는 운좋게 피했지만 다음번 안전까지는 확신할 수 없는 사람들도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피해에 불안한 모습이다.

서울 서대문구 내 일명 ‘개미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 F 씨는 “이곳의 건물이나 계단 등 시설물들은 지은지 수십년씩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보니 큰 비가 올 때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반지하층에 살고 있는 G 씨는 “주변에 (신이문)빗물펌프장이 있어 그나마 걱정은 덜 하고 있지만 반지하층의 특성상 언제든 침수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보통 재난이 발생하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피해를 받기 마련이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며 “그동안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취약계층의 안전에 대해 그만큼 신경을 덜 써왔다는 반증”이라고 했다. 이어 박 교수는 “애초에 재난 취약 지역에 대한 안전 관리를 소홀히해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라며 “재난관리기금이나 예비비 등을 최대한 활용해 피해복구 및 지원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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