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갈등 이웃死촌 ②] “시끄럽다” 툭하면 항의…위층도 “못살겠다”

-층간소음 실제 측정땐 열에 아홉은 기준치 이내

-“사사건건 시비” 위층서 피해 호소 15% 차지

-아래층 주민 거친 항의ㆍ보복소음에 탓으로 발생

-“집에 아무도 없어도 항의…스트레스에 시달려”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ㆍ이원율 기자] #.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최모 씨는 최근 인근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이전 아파트 7층에 살던 최 씨는 7ㆍ4세 두 아이가 뛰어다니다 아래층 주민 A 씨에게 여러차례 항의를 받아야만 했다. 최 씨는 200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 소음방지용 매트를 바닥에 깔기도 했지만 항의는 끊이질 않았다. 심지어 최 씨는 오전 6시 이른 출근길 A 씨에게 잡혀 “너무 시끄럽다”, “아이에게 뒤꿈치를 들고 걷게 하라”, “밤에 일찍 자라” 등 온갖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뛰는 소리에 미안한 감정이 컸지만 소음방지용 매트를 설치하고 난 이후부터는 인터폰 벨소리만 울려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느날 아내와 두 아이만 있던 낮시간대에 동전 굴러가는 소리가 시끄럽며 B 씨가 또 초인종을 누르고 큰 소리를 쳤다는 말을 듣고 이사를 결심했다. 새 아파트에 거주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아래층 주민의 층간소음 관련 민원은 한 번도 없었다.

모든 소리를 층간소음이라고 규정하며 항의하는 ‘무개념’ 아랫집 행태에 윗집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모든 소리를 층간소음이라고 규정하며 항의하는 ‘무개념’ 아랫집 행태에 윗집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있다. 층간소음 관련 민원 15%는 위층에서 제기했다.

7일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4월까지 접수된 층간소음 현장진단이 필요하다고 신청한 1만6169건 중 15.9%(2569건)가 아래층 주민의 항의나 소음, 보복소음 때문에 발생됐다.

▶열에 아홉은 기준치 이내 소음=센터에 접수된 총 층간소음 이웃사이서비스 신청건수는 2012년 8795건에서 이듬해 1만8524건으로 급증한 뒤 2014년에는 2만건을 넘었고 올해도 4월까지 5891건이나 된다. 하지만 센터가 층간소음으로 어려움을 호소한 민원인의 신청을 통해 현장에서 소음을 측정한 결과 열에 아홉(89.3%)은 기준치 이내였다. 2012년부터 실제로 소음을 측정한 309건 중 소음기준을 초과한 경우는 32건(10.4%)에 불과했고 나머지 277건(89.6%)은 기준이내로 파악됐다.

센터의 상담사례집을 보면 아래층만큼은 아니겠지만 위층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심각했다. 한 남성은 새로운 집에서 이사온 후 10개월간 아래층 여성의 항의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남성은 “이사 오고 이틀 지난 후부터 아래층 여자가 찾아와 부인에게 협박과 경고를 하고 갔다”며 “이후 수시로 올라와서 애들 뛰는 소리에 심장이 두근거려 약까지 먹는다고 했다”고 했다. “자기 딸이 낮에 과외를 해야하는데 시끄럽다”, “오후 4시에 낮잠을 잘 수 없다”, “주말에 늦잠도 못잔다” 등 아래층 여성의 시비같은 항의에 시달린다고 했다.

다른 피해자는 아래층에 거주하는 아저씨가 예민하다며 “2박3일 집을 비운 경우에도 시끄럽다고 한다”며 “온 가족이 1년 가까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근 온라인에 등장한 층간소음 보복용 우퍼. 전문가들은 아래층 천장에 설치하는 우퍼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직접 항의ㆍ보복소음 NO!=센터에서도 방문 등 상황을 악화할 수 있는 직접적 항의와 보복 소음은 피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집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집안으로 들어가는 경우 주거침입죄나 퇴거불응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엘리베이터 등 공용 시설물에 갈등을 빚는 상대방을 향한 경고문을 잘못 붙였다가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걸릴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사이트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천장에 설치하는 우퍼 스피커(저음 전용)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우퍼 스피커 등 보복 소음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규정은 없지만 생활 소음이 아닌 임의로 기계를 작동해 소음을 낼 경우 경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 갈등 예방책으로 제도정비와 이웃 간 배려를 꼽았다. 한 전문가는 “건축법 강화 등을 통해 아파트를 새로 지을 때 층간소음이 아예 없도록 짓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지만 이미 지어진 많은 아파트에서는 주민 서로가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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