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 구속 ②] “누나 의혹 몰랐다”는 신동빈ㆍ신동주…롯데그룹과 ‘선긋기’?

-롯데, 신 이사장 구속은 그룹과 상관없는 개인적인 비리로 규정

-롯데그룹 8개 계열사 등기이사 맡았던 신 이사장, 해임 추진 가능성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지난 3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본에서 귀국하면서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연루 의혹에 대해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몰랐다”고 답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5일 일본의 한 주간지를 통해 “한국의 비자금 여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며 롯데그룹에 대해 제기되는 비자금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을 이어가는 가운데 누나인 신영자 이사장의 구속은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일본에서 귀국해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로 출근하는 신동빈 회장. 신 회장은 누나인 신영자 이사장의 비자금 수수 사건에 대해 “몰랐다”고 했다.

먼저 검찰이 혐의를 두고 있는 롯데그룹 차원의 조직적 비자금 조성 혐의가 드러날 가능성이다. 신 이사장은 호텔롯데 등 8개 롯데 계열사의 등기임원으로 그룹 성장 과정에 경영 전반에 관여했다. 신 이사장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40분에 결쳐 신세한탄을 했을 정도로 자신의 처지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 다른 총수일가나 그룹 전반의 불법 행위에 대해 돌발적인 발언이 나올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의 입장에서는 신 이사장의 구속에 대해 개인적인 비리에 따른 것으로 ‘선긋기’ 작업이 불가피하다. 신 이사장의 구속만으로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전반적인 도덕성 문제로 확대되면, 향후 그룹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 측은 신 이사장의 구속을 그룹과는 상관없는 개인적인 비리로 규정하고 있다. 롯데 측 한 임원은 신 이사장의 검찰 수사에 대해 “조직적으로 어떤 로비에 연루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롯데 측이 신 이사장 비리를 개인비리로 선을 긋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 이사장의 구속에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 등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측근의 진술이 주요하게 작용했던 점이 그 근거라는 것이다. 이원준 대표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신 이사장의 지시로 네이처리퍼블릭을 롯데면세점에 입점 시키고 매장 위치도 좋은 쪽으로 변경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경영인이 오너 일가의 범죄혐의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롯데 비자금 조성 혐의를 대대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검찰에 총수 일가를 넘겨 여론을 누그러뜨리고, 개인 비리 차원에서 수사를 진행하도록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 신 이사장은 지금까지 검찰 수사에서 롯데그룹 측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가 국내 주요 로펌의 주요 변호사 수십여명을 포함한 드림팀을 구성해 대응하고 있는 반면, 신 이사장에 대한 법률 지원은 초라하다는 것이다.

사실 신 이사장은 롯데그룹에서 동생인 신동빈 회장 체제가 굳어지면서 그룹에서 곧 ‘독립’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신 이사장 자녀들이 소유한 엔에프통상ㆍ유니엘ㆍ비앤에프패션엔컬쳐인터내셔날ㆍ비엔에프에스씨ㆍ제이베스트ㆍ그린퓨처 등 6개 사는 이미 롯데그룹의 계열에서 분리됐다. 신 이사장이 최대주주인 시네마푸드ㆍ블리스ㆍ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 등 3개사는 아직 롯데 계열사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신 이사장 개인 회사로 평가된다.

신 이사장은 이번 구속 사건으로 롯데그룹에서 어쩔 수 없이 ‘독립’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빈 회장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 이사장을 그룹 등기이사에서 해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가족과 경영 분리, 그룹 투명성 개선 등을 강조하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로 1973년 호텔롯데로 입사해, 롯대백화점 등의 대표를 맡으며 롯데그룹을 유통 제국으로 키운 장본인인 신 이사장은 결국 구속과 함께 그룹에서도 완전히 밀려날 위기에 처한 셈이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