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들의 반란 ②] 백화점 멘즈 살롱, 앉아만 있던 ‘아재’들을 움직이다

[헤럴드경제=손미정ㆍ박혜림ㆍ김성우 기자] #. 직장인 이모(42) 씨는 자타공인 ‘패셔니스타’다. 또래 지인들이 아내가 사주는 대로 입는 것과 달리 이 씨는 늘 혼자 옷을 고른다.

선호하는 국내 브랜드는 타임과 솔리드 옴므. 외국 브랜드로는 아르마니, 보스 등에서 의류를 구입한다. 한참 쇼핑에 빠졌을 땐 월급의 3분의 1을 의류 구매로 지출했다. 이 씨는 “초창기엔 백화점을 주로 다녔는데 최근엔 프리미엄 아울렛을 자주 간다”며 “가격이 저렴해서 가는 건 아니고, 교외에 드라이브도 할 겸 쇼핑도 할 겸 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백화점만 들어서면 없던 관절염이라도 생긴 듯 앉을 곳만 찾아 다니던 40~50대 ‘아재들(아저씨들)’이 변했다.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기 시작하면서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계 전반에서 환영받는 고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설명= 40~50대 남성들이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기 시작하며 유통업계에 ‘아재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은 현대백화점 판교점 갤럭시 매장 전경. [사진제공=현대백화점]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남성 고객의 비중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13년 남성 고객의 비중이 27.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1%를 기록, 처음 30%선을 넘어섰다. 올 상반기에는 32.3%였다. 백화점 내 남성 고객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올 상반기 40~50대 남성 고객의 의류 매출 신장률은 8.0%로, 전체 남성의류 신장률(4.1%)의 2배였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구매력 있는 40~50대 남성 고객들이 자신을 위해 투자하면서 백화점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특히 백화점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40~50대 남성이 늘고 있어 다양한 취미 매장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여성 위주로 돌아가던 유통업계 트렌드가 점차 남성 쪽으로 바뀌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초식남’ ‘그루밍 족’ 등 자신을 가꿀 줄 아는 2030 젊은 남성은 물론이고, 이제는 ‘4050’ 중년 남성을 포함한 남성 시장 전체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아재들이 자신에게 투자하는 걸 아까워하지 않게 된 게 가장 큰 이유다.

최근 타임 옴므에서 100여만원 가량의 정장 한 벌을 구매했다는 박 모(57) 씨는 “양복이 ‘교복’이라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가격이 저렴한 것을 선호했는데, 옷차림 하나만으로 자신감이 생기는 걸 경험하면서 조금 더 자신에게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쇼핑몰 11번가의 올 1~6월 40~50대 남성 구매자들의 거래액을 보면 브랜드 잡화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7%나 급증했다. 이어 ▷건강식품(66%) ▷수입명품(57%) ▷화장품ㆍ향수(54%) 등도 많이 늘었다.

온라인쇼핑몰 G마켓에서도 20~30대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찢어진 청바지’를 구매하는 40~50대가 크게 늘어났다. 올 상반기 4050 남성들의 빈티지 청바지 구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285%) 늘어났다. 또 ‘후드집업’ 구매는 191%, 후드티 구매는 153% 상승해 이른바 ‘꾸러기 패션’ 수요도 급증했다.

아재들의 지갑이 열리면서 유통업체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에 ‘멘즈 살롱’을 오픈한 데 이어 오는 9월 국내 최초로 ‘루이비통’과 ‘펜디’의 남성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3월에는 전 세계 최초로 이탈리아 고급 남성복 브랜드 ‘라르디니’의 단독 매장을 열고 중년 남성 공략에 나섰다.

현대백화점도 일찌감치 멘즈관을 오픈해 남심(男心) 잡기에 뛰어 들었고, 신세계 이마트는 한 발 더 나아가 지난해 ‘남성을 위한 놀이터’인 일렉트로마트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편의점과 패스트푸드 업계 등에서도 ‘아재 입맛’을 잡기 위해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의 아재세대는 대중소비문화가 본격화한 시대에 20대를 보냈다”며 “이러한 경험이 경제적으로 가장 부유한 시기의 40~50대 아저씨들을 소비로 이끈 것 같다”고 설명했다.

rim@heraldcorp.com

현대백화점 남성의류 관련 매출 신장률(2016년 1~6월)

구분 신장률

남성 고객 매출 신장률 4.1%

40~50대 남성 고객 매출 신장률 8.0%

[자료출처=현대백화점]

4050 남성 인기 패션상품 구매량 (전년동기대비)

품목 증가율

빈티지 청바지 285%

데님소재 자켓 86%

스키니 팬츠 18%

후드집업 191%

후드티 153%

스니커즈 73%

[자료제공=G마켓]

일렉트로마트 연령별 매출 및 객수 비중

구분 매출비중 객수비중

20대 9% 13%

30대 41% 40%

40대 31% 40%

50대 14% 13%

60대 4% 4%

70대 1% 1%

[자료제공=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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