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다시 서청원, ‘구당의 마중물’이냐 ‘후반기 의장석’이냐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다시, 서청원(새누리당 의원ㆍ8선)이다. 지난달 8일 교착상태에 빠진 여야의 원(院) 구성 협상을 국회의장 경선 불출마 선언으로 풀어낸 지 꼭 한 달 만이다. 달라진 것은 서 의원에게 주어진 선택지다. 한 달 전 그에게 강요된 것이 ’불출마 선언’이었다면, 이번에는 ‘출마 선언’ 요구가 거세다. 지난 6일 최경환 의원의 당 대표 경선 불출마 선언으로 구심점을 잃은 새누리당 친박(親박근혜)계의 염원이다. 사실상 후반기 국회의장 추대를 확정 지은 마당에, 혈투가 뻔한 전쟁터에 뛰어들기에는 서 의원의 부담이 크다. 그러나 어지러운 당을 정리하고 ‘킹메이커’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면 정치적 입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로부터 강력한 당 대표 경선 출마 요구를 받고 있는 서청원 의원. [사진=헤럴드경제DB]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박계 일각에서는 “서 의원이 맏형으로서 당 대표 경선에 나가 내홍을 정리한 뒤, 두 세달 일찍 임기를 마치고 국회의장을 맡아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서 의원의 당 대표 경선 불출마 의지가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등극에 대한 고민 때문이라는 설(說)이 퍼지면서부터다. 당 대표의 임기가 오는 2018년 8월까지이고,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임기 시작 시점은 2018년 6월이므로 이에 맞춰 두 세 달 일찍 퇴임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 의원이 조만간 당 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서 의원 측은 지난 6일 밤 “불출마 의사에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 의원의 고민이 단지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추대를 향한 소망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서 의원이 장고(長考)에 빠진 데는 경선에 대한 부담감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이미 2년 전 열린 19대 국회 후반기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전 대표에게 통한의 패배를 당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자신을 향한 ‘총선 참패 책임론’이 비등(飛騰)할 것이 뻔하다. 비박(非박근혜)계는 “서 의원이 김 전 대표 체제 당시 서열 2위 최고위원이었던 만큼 공천 파동을 막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한다. 만 73세, 망팔(望八)의 나이에 40~50대 후배(김용태ㆍ정병국ㆍ이정현 의원 등)들과 전면전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서 의원이 마지막 승부수로 당 대표 경선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서 의원은 신한국당 원내총무와 한나라당 사무총장 및 대표최고위원, 새누리당 상임고문 등 당내 요직을 두루 거쳤지만 ‘킹메이커’로서 직접 활약한 적은 없다. 18대 대선 사전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당시 친이(親이명박)계로부터 공천학살을 당하며 손발을 묶였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대 대선을 단 16개월 앞둔 지금 당 대표가 된다면 대선 후보 영입에서부터 지원까지 모든 과정을 주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 의원이 이번 당 대표 경선을 통해 정치적 입지를 더욱 확장, 국내 정치사에 한 획을 그으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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