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베일에 가려진 국정 역사교과서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 공개가 또다시 미뤄졌다. 벌써 몇번째 연기된 것인지 숫자를 세기도 어렵다. ‘복면집필’, ‘깜깜이 교과서’, ‘밀실 집필’ 등의 우롱섞인 비난이 나올 만하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6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정교과서 편찬기준은 11월에 집필진과 함께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기자들과 만나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을 7월에 공개한다는 언급한 것을 다시 뒤집고, 공개 시점을 다시 4개월 뒤로 미룬 것이다. 

지난해 11월 초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편찬 기준 공개 시기를 11월 말이라고 밝혔다. 11월말에는 다음달로, 다시 1월로 연거푸 편찬기준 공개를 연기했다. 이준식 부총리도 올 1월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편찬 기준이 만들어지면 수정작업을 거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얼마 지나지 않은 이영 교육부 차관이 이미 기준을 확정하고 집필에 들어갔다고 밝혀 논란이 됐었다. 약속 파기의 연속이다.

결국 말도 많고 우려도 높은 국정역사교과서의 편찬기준은 결국 국정교과서 제작을 밝힌 뒤 1년이 지나서야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각에서 논란을 피해 결국 정부 입맛에 맞는 역사 교과서를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집필진에게 안정적인 집필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게 정부의 변명이지만 편찬 기준 공개와 집필 환경은 별개의 문제다. 역사교과서를 어떻게 서술할 것인지 방향과 기준을 공개한다고 해서 집필진의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리 만무하다.

신뢰성도 문제다. 야3당이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방침을 공언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시ㆍ도교육청이 국정교과서 편찬에 맞서 대안교과서를 제작하고 있다. 현장의 교수ㆍ교사들도 대거 국정교과서 거부 선언을 하고 있다. 이런 탓에 국정 역사교과서는 이미 교과서로서의 신뢰와 생명력을 잃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가 계속 약속을 어기면서, 국정역사교과서 제작은 이미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집필진과 편찬기준을 공개해야 한다. 교과서가 완성된 뒤 터져나올 혼란과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공개를 더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박세환 사회섹션 사회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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