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아재들’ …소비를 입다

11번가 4050이 남성매출 42%↑
드론구매 상승률 2030 추월
하나를 사도 ‘고급지게’ 경향
‘아재’ 유통이벤트 중심으로

“아저씨가 되는 것이 두렵다.”

한 결혼정보업체가 최근 20~30대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이 생각하는 ‘아저씨’의 기준연령은 39세다. 40대의 문턱을 넘는 순간 대한민국 남성은 자의든 타의든 ‘아저씨’라는 꼬리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젊은 세대와 소통 안 되는 ‘꼰대’, 70~80년대에 머물러 있는 사고방식. 아저씨로 대변되는 40~50대 남성들에 대한 통념을 정의하자면 ‘젊은 감성과 동떨어진 사람’으로 정리된다. 그래서 아저씨는 최신 트렌드와는 먼 집단으로 여겨졌고, 4050 남성 스스로도 ‘아저씨’라는 호칭을 딱히 반기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2016년. ‘아저씨’들이 ‘아재’의 이름으로 유행의 중심에 섰다. 원래 경상도 사투리인데, 아저씨의 낮춤말이 돼 버린 ‘아재’는 ‘말이 통하는 4050 남성’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탈바꿈했다.

40~50대 남성 연예인을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아재 트렌드’는 현재 유통업계의 핵심 키워드다. 자신을 가꾸고 젊게 살고자 하는 40~50대 남성이 증가한 덕이다. 구매력을 갖춘 아재들이 유통가의 큰 손으로 떠오른 것이다. ▶관련기사 8면

유통가에서는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아재’를 겨냥한 이벤트와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바야흐로 ‘아재 전성시대’다.

7일 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전체 남성구매자 중 40~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6월 42%까지 올라선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40~50대 남성구매자의 거래액은 지난해보다 41% 증가했고 구매액도 크게 늘어났다. 40~50대는 패션잡화, 레저ㆍ취미 등 그 동안 주로 20~30대 위주로 구매가 일어나던 영역에 적극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4050 남성’들의 인기 취미로 떠오르고 있는 드론 거래액은 올해 1~6월 전년 동기 대비 115% 급증, 20~30대 남성구매자 거래액 상승률(34%)을 뛰어 넘었다.

아재들의 라이프스타일 패턴도 바뀌고 있다. 더 이상 아재들은 머리를 하기 위해 이발소에 가지 않고, 자신을 가꾸기 위한 ‘에스테틱숍’에서 지갑을 여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BC카드 빅데이터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간(2012~2015년) 40~50대의 피부ㆍ미용 관련 카드 사용액은 각각 35.3%, 41.7% 증가했다. 반면 중년 남성이 자주 찾는 이발소에서 결제 금액은 40대, 50대에서 각각 22.9%, 7% 감소했다.

4050 남성들의 소비에서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구매력이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안정된 삶과 근로활동을 통한 일정한 수입을 바탕으로 원하는 걸 살 수 있는 구매력이 이들의 소비행태를 읽는 키워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태광 경희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교수는 “가령 2030세대는 저렴한 자전거를 사서 꾸미려고 하는 반면 4050 세대는 비싼 자전거를 사는 것이 차이점”이라며 2030과 4050 세대의 차이를 단적으로 설명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재로 불리는 40~50대는 최근 단순 생활용품이 아니라 자기 만족을 위한 아이템을 구매하고 있다”며 “이들이 경제적으로 가장 부유한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미정·박혜림·김성우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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