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독거노인 상대 사기 보험설계사 구속

-어머니라고 부르는 등 평소에 살뜰히 챙기며 속여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홀로 지내던 80대 할머니를 상대로 거액을 사기친 보험설계사가 쇠고랑을 찼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투자하면 10%를 이자로 돌려주겠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혐의 (사기)로 보험 설계사 구모(43) 씨를 구속해 검찰로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황모(86ㆍ여) 씨는 딸의 보험 관련 내용을 문의하다 보험사 팀장이었던 구 씨를 만나게됐다.

구 씨는 황 씨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외동딸의 결혼자금과 26년전 사별한 남편의 사망보험금 등을 저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구 씨는 “숙부가 TV 광고에도 나오는 유명한 대부업체 중역이라 돈을 불려줄 수 있다”며 “월 10%의 이자를 줄테니 돈을 투자하라”고 꼬드겼다.

구 씨는 황 씨가 하나밖에 없는 딸을 타국에 보내고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 점을 노려 ‘어머님’이라고 부르는 등 친근하게 굴면서 황씨의 마음을 빼앗으려 했다.

평소 근검 절약이 몸에 배어 돈이 아깝다는 이유로 과일을 잘 사먹지 않는 황 씨에게 과일을 사들고 갔고, 아까워하지 말고 보일러를 꼭 켜고 자라고 하는 등 살갑게 대했다.

황 씨는 이렇게 2013년 3월까지 2억9700만원을 구 씨에게 넘겼다.

구 씨는 약속한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매월 30만원씩만 황 씨에게 줬다. 황 씨가 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주식투자로 돈을 다 날렸다”고 실토했다.

구 씨는 황 씨에게 더 이상 돈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2014년 여름께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황씨는 딸이 걱정할까봐 피해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서 6∼7개월 구 씨를 더 기다리다가 결국 작년 초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황 씨는 “구 씨가 연락만 됐어도 고소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경찰에 말했다.

숨어 지내던 구 씨는 잠적 2년여만인 지난달 27일 노원구에 있는 자신의 아버지 집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구 씨는 “주식으로 수익을 내 돈을 갚으려고 했다”면서 “할머니에게 연락하지 못한 것은 휴대전화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jin1@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