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의 신’ 정유미, “사극, 복수극 말고 달달한 로코 하고파”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쉬면 안 되는 줄 알았어요.”(정유미) 그간 쉬지 않고 달려 온 이유다. “못다 푼 연기를 다음 작품으로 빨리 메우고 싶은 생각에 (작품에) 바로 들어갔던 것 같아요.” 빼곡히 작품으로 채워온 세월이 벌써 13년이다. “13년 차 배우라는 게 잘 와 닿지 않아요. 다만 이제는 여유를 좀 찾은 것 같아요. 이제는 휴식을 취하면서 재정비를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욕심”을 내려놓고 “휴식”을 택할 수 있는 여유가 묻어났다. “잊혀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계속 작품에 들어갔던 초조함”은 “배우로서 연기의 틀을 다시 다질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무르익었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13년 차 배우 정유미를 만났다.

[사진=스타캠프 202 제공]

정유미는 2003년 광고모델로 데뷔해 ‘대왕세종(KBS2, 2008)’, ‘친구, 우리들의 전설(MBC, 2009)’, ‘동이(MBC, 2010)’ 등의 작품에서 얼굴을 알렸다. 본격적으로 이름까지 알린 건 2011년 SBS ‘천일의 약속’을 통해서였다. “(‘천일의 약속’은) 정말 고맙고 소중한 작품이에요. 그 작품을 한 뒤에 많은 것들이 달라졌기 때문에 지금도 그 감사한 순간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이후 ‘엄마의 정원(MBC, 2014)’, ‘하녀들(JTBC, 2014~2015)’, ‘육룡이 나르샤(SBS, 2015~2016)’까지 다수 작품에 출연해왔다.

정유미가 최근 종영한 KBS2 ‘마스터-국수의 신’을 선택한 것은 전작 ‘육룡이 나르샤’의 연장이었다.

‘육룡이나르샤’에서 그는 부모님을 잃고 복수를 감행하며 강인해지는 연희라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마스터-국수의 신’에서도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보육원에서 자라다가 부모님의 복수를 위해 스스로 진흙탕으로 걸어 들어가는 검사 채여경 역을 맡았다. “연희와 여경은 비슷한 부분이 많았어요. 부모님을 잃었다는 아픔과 복수를 하는 그 움켜쥐고 있는 마음의 덩어리가 있었어요. 연희의 마음의 짐을 그대로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연희 역을 마치고 단 일주일 만에 여경 연기에 뛰어들었다.

[사진=스타캠프 202 제공]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마지막에서 천정명, 이상엽과 함께 국수를 먹는 신이 너무 좋았어요. 앞에서 세 친구의 우정을 더 보여줄 수 있는 신이 많았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셋이 같이 촬영하는 신이 더 재미있었어요. 혼자 복수에 뛰어드는 역할이 많아서 외로웠거든요.”

마지막 회가 끝나고 작품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천정명에 대해서는 “작품을 하면서 모두가 아쉬움은 다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천정명은 “드라마가 원작 웹툰의 반만 따라갔어도 좋았을 텐데 누구를 원망해야 하나”라며 개인 SNS에 글을 남긴 바 있다. “어느 순간부터 원래 방향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마다 (천)정명 오빠가 배우들을 다독다독해줬어요. 본인도 고민이 많았을 텐데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준 거죠.”

사극과 복수극을 연달아 하다 보니 감정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지칠 수 밖에 없었다. “‘국수의 신’은 현대극인데도 시대극처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사람을 죽이고, 복수극의 끝을 달리다 보니까 감정 소모가 상당했어요. 마지막에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것도 감정적인 요인이 있었던 것 같아요.” 실제 성격과 다른 역할이었던 요인도 있었다. “저 정유미라는 사람이 되게 밝았는데 나중엔 지치더라고요. 좀 더 활발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 로맨스 너무 하고 싶네요. 희망사항이죠.”

예능, 드라마, 영화 등을 거쳐 13년을 다져왔지만 힘들었던 시절도 있었다. 2003년 광고모델로 데뷔 후 공백기가 길었다. “그때는 제가 조연, 단역에 머무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초반 1~2년 안에 승부가 난다고 생각했거든요. 내 출발 지점이 조연이기 때문에 나라는 배우가 가져갈 수 있는 최대치도 같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어엿한 주연 배우가 됐다. “연기자를 꿈꾸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끝까지 하다 보면 길이 있는 거고 굳이 자신의 한계를 안 정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도 그 선을 정하지 않으면 꿈만 너무 꾸다가 지쳐서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연기하는 거에 그냥 만족을 했었던 거죠. 그래도 그랬던 시간이 있어서 지금 제가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일까, “거창하고 큰 원대한 꿈은 없다”고 했다. “처음부터 정상에 올라서 그 상태를 유지했다면 더 욕심부렸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고두심 선배님이나 김혜자 선배님들처럼 따뜻하고 충만해서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람이 됐건 배우가 됐건 그런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여유를 차곡 차곡 쌓아서 현장 안에서 후배들과 스텝들 모두를 안고 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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