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잡는 직장상사 ②] 합법ㆍ불법 오가는 진상 상사…이럴 땐 신고하세요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능력 없는 게 머리도 나쁘고…. 네가 한게 뭐 있냐?”

제조업체 차장으로 일하던 최 씨는 월요일 아침회의마다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사내이사 김모(47) 씨는 매주 회의에서 그에게 공개적으로 면박을 줬다. 김 씨는 여러 간부들 앞에서 최 씨에게 “머리가 나쁘다. 팀장 자질이 없다”며 혀를 차곤 했다. 급기야는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친형을 가만두지 않겠다”며 최 씨를 협박했다. 참다못한 최 씨는 김 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부산지법 형사15단독 양소은 판사는 모욕ㆍ협박 혐의로 기소된 김 씨를 유죄로 보고 200만원 벌금형을 내렸다. 상사로서 부하직원을 지속적으로 모욕하는 등 죄가 가볍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갑질 상사 이미지.

최근 상사의 폭언 등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초임검사 사례가 화제가 되며, 직장상사의 ‘언어폭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법적 처벌이 가능한 기준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섣불리 상사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가 직장에서 ‘예민한 직원’으로 낙인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폭언을 형사 고소할 경우 대체로 ‘모욕’혐의가 적용된다. 모욕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특정돼야 하고 ▷발언이 불특정 다수에게 퍼질 가능성(공연성)이 있어야 하며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경멸적 표현이 있어야 한다.

앞선 최 씨 사례에서 상사는 다수의 간부들이 있는 회의에서 최 씨를 특정해 능력이 없다는 등 인신 공격성 발언을 했기 때문에 모욕죄로 인정됐다.

이에 대해 일선 변호사들은 “모욕이 유죄로 인정될 경우 법정에서 대체로 100만원 안짝의 벌금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으며, 많게는 수백만원 수준의 벌금도 선고될 수 있다”고 했다.

상사가 소리를 질러 위협하거나, 컵을 집어던지는 등 신체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할 경우 폭행죄도 적용될 수 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은 책상 위에 놓인 머그잔을 손으로 쳐 부하직원에 얼굴에 커피를 튀게 한 상사의 행위가 폭행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밖에 모욕이나 폭행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민사 소송을 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직장 상사의 성(性)적 농담도 법적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언어적 성희롱만으로는 형법에 규정된 처벌 조항이 없어 처벌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 경우 모욕·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형사소송이 이뤄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일례로 신입사원에게 “어젯밤 남자랑 뭐했어?”라고 물은 직장 상사는 법원에서 모욕죄로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상사는 해당사원의 첫 출근 날부터 “아기 낳은 적 있어? 무슨 잔머리가 이렇게 많아. 아기 낳은 여자랑 똑같아”라며 용모를 지적했다. 다음날은 해당 사원의 목덜미에 있는 아토피 자국을 보며 “어젯밤 남자랑 뭐했어?”라고 했다. A 씨는 회사에 이 사실을 알렸지만, 별다른 조치가 뒤따르지 않아 소송을 냈다. 법원은 해당 상사에게 형사사건에서 모욕죄 혐의로 70만원 약식명령을, 민사소송에서 50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전문가들은 폭언으로 형사고소를 할 경우 기록과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조현욱 법무법인 도움 대표변호사는 “당시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모욕죄의 경우 목격한 여러사람들의 증언을 듣거나 당시 내용을 녹음ㆍ기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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