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롯데家 맏딸 구속, 아쉬운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결국 구속됐다. 롯데면세점 입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업체들로부터 30억원이 넘는 돈을 받은 혐의다. 이것 말고도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신 이사장의 비리가 적지 않다고 한다. 개인 차원의 문제라지만 재벌가의 도덕성 논란으로 비화될 조짐도 보인다.

신 이사장은 롯데그룹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맏딸이다. 1973년께 호텔롯데 이사로 그룹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해 롯데쇼핑 사장 등을 지냈다. 신 이사장을 유통업계의 대모(代母)로 부르는 것도 이런 화려한 이력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지금의 롯데장학재단을 맡으면서 경영 일선에선 한 발 물러나기는 했지만 롯데쇼핑을 비롯한 10곳 주요 계열사의 등기임원으로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거기서 받는 연봉과 배당금만 해도 40억원 가까이 된다. 그런 신 이사장이 뭐가 모자라 면세점 입점을 미끼로 뒷돈을 챙겼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우리 사회의 반 기업 정서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신 이사장 사건은 여기에 기름을 붓은 격이라 더 안타깝다. 그러니 기업 경영을 위축시킨다는 반론이 제기되는 데도 재벌의 전횡을 막고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의 상법 개정 움직임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재벌 개혁의 목소리가 높지고 있는 것은 재벌가 구성원 스스로 자초한 셈이다.

신 이사장 구속은 재벌가를 포함한 우리 사회 가진자들의 도덕성 회복을 거듭 일깨우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은 높아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나 정작 기업 오너와 그 2,3세들의 도덕성 문제는 거센 사회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게 없는 듯하다. 오히려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 사건에서 보듯 내부 정보를 이용해 개인의 이익을 챙기는 등의 부도덕한 모습만 더 드러나고 있다.

부자들의 나눔은 이미 세계적 추세다.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마크 저크버그의 개인 재산 기부 경쟁은 뉴스 취급도 못받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일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등 중국의 신흥 부호들도 기꺼이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등 국내 부호들의 의미있는 기부 사례도 적지 않다. 가진 걸 나누는 게 이제 재벌들의 책무다. 함께 가지 않으면 멀리 갈 수 없다. 롯데를 비롯한 재벌가 구성원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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