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업’만 보고 ‘생명’은 외면한 반려동물 육성법

음성적으로 성장해온 반려동물 산업을 정부가 양성화해 미래의 신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나온 방안이다. 불법 ‘강아지 공장’을 허가제로 전환해 관리 감독을 강화하며, 경매업을 신설하고, 폐사 및 질병발병 등에 대한 판매자의 사후책임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비싼 진료비를 고려한 보험상품 개발과 동물간호사 국가자격화 등도 눈길을 끈다.

반려동물 산업을 양성화하고 육성한다는 취지는 공감할 만하다. 1인가구가 급증하고, 출산을 기피하는 추세가 확산되면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노인가구와 1인가구가 더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관련된 산업이나 관계 법령의 손질이 절실하다. 깨끗한 환경에서 기른 뒤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사람이 입양하거나 구매해 기를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다면 성장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분야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육성방안은 선후가 뒤바뀐 듯하다. ‘산업과 일자리’라는 측면에서만 접근해 ‘생명’을 다루는 분야라는 점을 도외시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집 건너 반려동물이 있을 만큼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그동안 정부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관련법안은 지나치게 허술하다. 최근 한 방송사가 보도한 개공장의 끔찍한 실태는 관리감독을 벗어난 반려동물산업의 현 주소를 생생히 보여줬다. 전국에 흩어진 음성적인 개공장에서 생산(?)된 강아지들이 경매를 거쳐 펫샵 등을 통해 유통되고 있지만 관계 부처는 정확한 실태를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이번 방안을 내놓으며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냄새저감장치 설치, 마리당 관리인력 확보 의무화 등 기준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소비용 최대수익에 길들여진 개공장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반려동물이 생명이라는 인식이 배제된 법안이라는 게 문제다. 관료들의 눈에 반려동물은 ‘성장가능성이 큰 신산업’으로 보이겠지만, 키우는 이들에겐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어디서 자란지도 모르는 개가 판매되고, 누가 버렸는지 모르는 개와 고양이 수만 마리가 길거리를 헤매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데도 동물보호법은 허술하기 짝이없다. 이런 관련법규를 정비하고 강화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지난 한해 버려진 유기동물이 8만마리가 넘는다. 철저한 등록제를 통해 보호자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시장규모와 일자리라는 ‘과실’만 따먹으려 하기에 앞서 제대로 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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