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별 잘 팔린 약 보면 그 시대가 보인다

- 원기소ㆍ박카스ㆍ우루사ㆍ판피린ㆍ인사돌 등 시대상 반영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의약품 소비 추이는 당시 사람들의 질병과 영양 상태를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특히 한국은 한국전쟁기인 1950년대, 배를 곯으며 산업화를 일궈낸 1960년대, 고도로 성장했던 1980년대, 고령화에 직면한 2010년대까지 의약품 소비도 시대와 함께 변해왔다.

이윤정 단국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연구팀은 일반의약품에 대한 수요 변화가 해당 시대의 국가적, 사회적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아 당시 시대 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주요한 자료가 된다고 8일 밝혔다.

연구팀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제약협회 등의 생산 실적과 판매 순위 자료를 기반으로 1950년부터 현재까지 연대별로 의약품 시장의 변화를 분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950년대 항생제ㆍ항균제, 1960년대 자양강장제=연구 결과를 보면 1950년대에는 전쟁으로 인한 전염병 창궐과 결핵 발병으로 항균제와 항생제, 결핵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또 전쟁과 가난으로 인한 부족한 영양을 보충해야 할 필요가 커지면서 ‘원기소’가 신약으로는 가장 높은 생산액을 기록했다.

1960년대에는 전쟁 여파와 위생 불량으로 전반적으로는 항생제 생산량이 많았으나 개별 품목으로는 ‘박카스’ ‘원기소’ 등 자양강장제의 수요가 높았다. 이때 처음으로 등장한 동아제약의 박카스는 2000년대까지 의약품 판매량 1위를 차지한다.

당시 박카스는 1961년 알약으로 처음 출시된 후 1962년 앰플 형태로 바뀌었고, 1963년에 지금과 같은 형태인 드링크제로 나왔다.

▶1970~1990년대, 의약품 시장의 급속한 성장기=1970년대부터 1990년대는 국내 의약품 제조 역량이 높아지면서 시장이 크게 성장한 시기다. 특히 1970년에는 의약품 생산액과 소비액 모두 1961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1980년대에는 우루사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의 공식 간장약으로 지정되면서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우루사는 1961년 발매 후 별다른 변화가 없다가 1970년대부터 상위권에 들었고,1980년대에는 생산량 3위까지 올라왔다.

박카스는 이 기간에도 꾸준히 생산 1위를 차지했다.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광고 문구로 인기를 끈 ‘판피린’도 감기약 시장에서는 매출 1위를 고수했다.

▶2000~2010년대, 고령화 의약품의 강세=1990년대부터 시작된 노인 인구 증가는 2000년대에 심화해 노인층을 겨냥한 의약품의 강세로 이어졌다.

잇몸병 치료제 ‘인사돌’은 치주질환을 겨냥한 광고로 단숨에 2000년대 의약품 생산량 2위로 뛰어 올랐다.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40년 동안 왕좌를 지키던 박카스는 2011년 의약품에서 의약외품으로 전환되면서 1위 자리를 내준다. 2010년대 의약품 생산량 1위는 우루사가 차지했다.

이 교수는 “2010년대에도 출시된 지 30년이 넘은 인사돌, 우루사, 까스활명수 등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제약업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산업의 발전과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며 “앞으로 고령화의 빠른 진행과 만성질환 증가, 전문의약품 시장 확대 등으로 정부의 약제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민 건강을 위해 지속적인 일반의약품 개발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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