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대통령 있어도 사라지지 않는 흑인차별…‘심판대에 오른 사법정의’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 지난해 4월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프레디 그레이(25)가 경찰에 구금됐다가 척추와 후두부에 부상을 입고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응급구조를 요청하지 않았다. 그레이의 죽임이 흑인에 대한 백인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서 비롯됐다며 대규모 폭동 시위를 벌였다. 볼티모어 소요사태는 향후 ‘제 2의 퍼거슨 사태’로 불렸다. 흑인 110명을 포함한 미국민 508명의 70%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 방송에 “볼티모어 폭동사태와 같은 충돌이 또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들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지난 이틀 연속 미국은 또 한번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무고한 흑인이 죽어 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2008년 첫 흑인 출신 미국 대통령의 탄생으로 미국의 뿌리깊은 인종문제가 발본색원될 기대가 나왔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사정이 이렇자 미국 내에선 사법정의가 무너진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록산느 게이는 지금까지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목숨을 잃은 흑인 희생자들의 이름을 열거하면서 “(흑인 희생자들의) 이름 리스트에는 또 다른 이름이 오를 것이라는 쓰디쓴 현실에 직면했다”며 “흑인의 생명이 중용하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경찰에 의한 인종차별은 미국의 사법정의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흑인은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 만으로 법의 울타리 밖으로 밀려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흑인에게는 사법정의가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경찰에 의한 인종차별은 미국 사회에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7일(현지시간) 공개한 자체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찰이 흑인에 총격을 가한 경우는 백인에 대한 경우보다 2.5배 정도 높았다.

지난 3월 아프리카계 미국인 정책포럼(AAPF)의 집계결과, 6세 이상 18세 미만 흑인 여학생이 백인 여학생보다 학교에서 경찰에 체포당하는 경험이 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선생님에게 무례하게 행동하거나 반항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강압적으로 제압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고 단체 측은 밝혔다.

AAPF는 “어렸을 때부터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받은 흑인 여성들은 사회적 편견에 따라 범죄자가 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최근 18세 이상의 흑인여성 투옥률이 다른 인종대비 최고를 기록한 것도 어렸을 때부터 이들이 경찰로부터 경험한 차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퓨리서치가 지난 6월 공개한 심층전화 인터뷰에 따르면 오바마 정권 하에 인종 갈등은 개선되지 않았다. 인터뷰에 응답한 1400명 중 백인이면서 공화당원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59%는 최근 인종문제가 너무 많이 다뤄진다고 비판했고, 흑인 응답자의 61%가 미국 내 인종관계가 ‘나쁘다’고 답했다. 지난해 볼티모어 폭동이 발생했을 때도 백인 응답자의 58%는 “약탈의 구실이 필요했던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킨 것”이라고 인지했고, 흑인 응답자의 60%는 “오랫동안 이뤄진 경찰의 부당대우에 폭발한 것”이라고 바라봤다.

CNN방송은 이날 필랜도 캐스틸이 교통 검문 중 경찰의 총에 숨진 사건과 관련해 “아직 4살밖에 안 된 아이가 자기 눈 앞에서 캐스틸이 아무런 이유없이 경찰에 총격을 당한 것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겠는가”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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