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삼성전자 상대로 줄소송, 왜?

- 삼성전자 지난5월 제기된 소송 소장 검토 중

- 특허 보호보다는 부수적인 효과 노리는 정치적 계산 깔린 소송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중국 휴대전화업체 화웨이가 삼성전자 등을 상대로 벌이는 ‘특허전쟁’의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에 두번째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데 앞서 미국 3위 이동통신사인 T모바일에도 특허 소송을 냈다. 시장전문가들은 화웨이의 도발에는 특허기술을 보호하려는 본연의 목적보다는 시장 입지를 새롭게 다지려는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말 화웨이가 제기한 첫번째 특허 소송 소장을 살펴본 후 맞소송과 합의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화웨이가 미국과 중국 법원에 제기한 특허소송 소장을 입수해 검토 중이다. 화웨이는 지난 5월 삼성전자를 상대로 4세대 이동통신 업계 표준과 관련된 특허를 침해당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낸 바 있다.

당시 화웨이가 미국 법원에 제출한 소장은 총 47쪽 분량이다. 삼성전자는 소장 전문을 면밀히 살펴본 후 크로스 라이선스(특허 상호 사용계약) 협상 조정과 맞소송 등 대응방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과거 애플과의 소송 전례를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애플이 소송이 제기한 이후 두달이 지난 시점에 반소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반소할 경우에 대비해 화웨이의 특허 침해 사례도 모아둔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는 최근 특허전에서 공격적인 기조를 취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6일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특허 침해 소송을 추가 제기했다.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중국 광둥성 선전과 푸젠성 취안저우 중급법원에 “삼성전자가 휴대전화 폴더 내 아이콘과 위젯 방식 등에 관한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8000만위안(약 140억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앞서 화웨이는 미국 3위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냈다.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납품 대상인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시장전문가들은 화웨이의 최근 행보가 특허기술을 보호하려는 목적보다는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자사 브랜드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등 핵심특허를 많이 보유한 기업들을 상대로 크로스 라이선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는 설명이다. 또 화웨이가 설사 소송에 패하더라도 세계 최대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전자에 소송을 걸어 브랜드이미지를 높이는등 반사효과를 얻어 ‘잃을 게 없는 게임’이라는 얘기다.

권도경 기자/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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