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 노동’ 입법보조원의 눈물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주요 업무: 상임위원회 회의 등 각종 회의 자료 준비, 의원활동 홍보업무(SNS 관리) 지원 및 기사 스크랩’

‘근무 조건: 교통비 및 식비 지원, 국회 보좌진 및 인턴 지원시 추천’

국회 채용 사이트에서 입법보조원을 모집하는 대다수 게시물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입법보조원의 업무는 의원실에 정식으로 채용된 인턴에 준하지만 급여는 수당이라고도 할 수 없는 교통비와 식비로 대신하고 있다. 이렇게 근무하는 입법보조원은 20대 국회 들어 197명에 달한다고 국회사무처는 밝혔다.


최근 친인척 채용, 월급 빼돌리기 등 국회의원 보좌직원 채용 문제가 불거지며 국회 입법보조원의 실태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와 배준호 청년미래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입법보조원은 주당 47시간을 일하는 한편 업무 영역에서도 기존 인턴들과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며 “모든 의원실은 입법보조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한 바 있다.

입법보조원이 ‘무급 노동’의 피해자가 된 근본 원인은 근무 내용과 조건을 명시한 규정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입법보조원이란 명칭조차 관행에 따른 결과물일 뿐 규정에 나와있지 않다. 국회사무처의 ‘국회 출입에 관한 내규’ 가운데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보조하는 자’에게 출입증을 발급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입법보조원 제도의 유일한 근거다. 근무 내용과 시간, 처우는 의원실과 입법보조원 사이 자체 협의에 의해 정해진다. 위 게시물처럼 최저임금 이하의 교통비와 식비만 지급해도 불법이 아니다.

인턴에 준하는 노동을 제공하는 입법보조원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아도 불법이 아닌 이유는 국회사무처 규정상 입법보조원은 채용의 대상이 아닌 출입증 발급 대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사무처 인사과에 인턴 채용을 주관하는 조직은 있지만 입법보조원 관련 업무 분장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그 방증이다. 입법보조원은 국회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셈이다.

따라서 입법보조원의 근로 조건은 의원실마다 ‘복불복’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회 채용 사이트의 입법보조원 모집 공고에 명시된 처우 수준은 ‘식비 지원’부터 ‘월 100만원 지급’까지 천차만별이다. 그나마 ‘소정의 활동비 지급’, ‘협의 후 결정’ 등 조건을 뚜렷하게 공지하지 않은 경우 직접 지원하거나 문의를 해야 처우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두고 국회 관계자는 “무급으로 입법보조원을 모집할 수 있는데 의원실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입법보조원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국회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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