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안철수의 이미지

김대중ㆍ노무현ㆍ이명박ㆍ박근혜 대통령 4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자성어로 답한다면, ‘산전수전(山戰水戰)’이 아닐까? 세상의 온갖 풍상을 겪은 백전노장의 이미지를 말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5번의 죽을 고비와 6년여 감옥살이, 그리고 55차례의 가택연금을 당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생전 18년 동안 권력의 울타리 안에서 갇힌 생활을, 그리고 사후엔 또다시 18년 동안 권력의 울타리 밖에서 한 많은 세월(?)을 보내며 36년간 ‘도(道)’를 닦았다. 이렇게 혹독한 현실정치 속에서 내공을 쌓았고 마침내 권력의 정상에 올랐다. 예나 지금이나 대권 주자로 불리는 정치인은 대개 이런 과정을 밟기 마련이다.

그런데 세상이 변해서 현실정치보다 더 무서운 게 ‘이미지 정치’이다. 현실정치가 기나긴 시간과 시련을 필요로 하다면, 이미지 정치는 단숨에 쉽게 떠오르게 한다. 이 이미지 정치의 최대 수혜자가 바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이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이 지녔던 카리스마도 없고 노무현 대통령이 겪었던 시련과도 거리가 멀지만, 대한민국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온실 속 화초와 같은 귀공자 외모와 평범한 성장과정, 그리고 어눌한 듯한 말씨가 오늘날 21세기 감성시대의 젊은 대중심리와 맞아떨어지면서 안철수 신드롬을 지금까지 지속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지난 20대 총선에서 38석을 획득해 의외의 선전을 했고, 정치권에선 ‘안철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년 대선에 출마해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그런 이미지 정치의 아이콘이 지금 이미지의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안철수’하면 무의식 중 떠오르는 ‘깨끗함’의 이미지가 타격을 입었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7번으로 당선된 김수민 의원이 2억원에 달하는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으로 검찰조사를 받으면서다.

사학 재력가의 딸로, 별다른 이력도 없는 30살의 여성을 비례대표 7번으로 공천한 걸 두고 사람들은 ‘제2의 양정례 사건’을 떠올리기도 한다. 2008년 제18대 총선 당시 친박연대라는 정당 아닌 정당에 17억원 공천헌금을 주고 비례대표 1번을 받고 당선됐다가 사법 처리됐던 양정례 씨도 재력가의 딸로서 별다른 이력도 없는 당시 31살의 여성이었다. 공천헌금을 받은 서청원 의원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덩달아 박근혜 대통령의 이미지도 타격을 받았었다.

또 다른 이미지의 타격은 결단력 부재론이다. 안 대표는 자신의 거취와 사건 당사자들의 징계문제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발 빠른 위기돌파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미지는 한번 굳어지면 다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안 대표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건 호남 민심이다. 국민의당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호남 사람들이 바라보는 안철수 대표의 이미지! 그건 향후 대권 판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벌써부터 국민의당 안팎에선 안 대표가 추락할 때를 대비해 손학규 카드를 준비해둬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일부 호남 의원은 안철수 책임론까지 제기했다. 이미지 정치의 아성(牙城)은 종종 ‘모래 위 성(城)’처럼 허망하게 무너진다는 사실을 안 대표는 직시해야 한다.

안 대표는 지금 이미지 정치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잘 극복하면 현실정치의 기회를 맞이할 수도 있다. 전보다 더 강한 내공을 쌓을 수 있다. 그 해법은 ‘도마뱀 꼬리 자르기’식 임시변통이나 변명이 아니다. 대다수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솔직ㆍ담백함이야말로 이미지 정치와 현실정치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본다. 이미지 정치는 단숨에 쉽게 떠오르지만, 반대로 단숨에 가라앉을 수도 있다. 안철수의 이미지 정치, 지금 위기이자 기회의 갈림길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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