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일본 맨션학회에서 배우는 ‘보란티아’ 정신

매년 상반기 일본에선 맨션학회 학술대회가 주요 대학에서 열린다. 필자가 선진 맨션관리를 배우고자 매해 이 대회에 참석한지도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다. 올해도 지난 4월 일본 치바(千葉) 대학에서 열린 일본맨션학회 학술대회에 다녀왔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단지 공동화(空洞化), 나아가 슬럼화가 예상되는 교외의 단지형 맨션 등 최근 불거진 다양한 고민들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1992년에 설립된 일본맨션학회는 분양 맨션(우리나라의 경우 아파트)과 관련한 학문 연구와 실무 보급을 목적으로 한 학술단체다. 법률, 기술, 연구자, 실무자, 관리조합(소유자) 등 약 700명이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학회는 정확히는 맨션의 유지 관리와 관련한 학회다.맨션 건설이나 개발, 분양에 관한 내용을 일절 접해 본적이 없다.

그 점이 항상 신기하게만 느껴졌는데 지난해 히로시마 학술대회에서 그 궁금증이 풀렸다. 청중석에서 한 참가자가 “왜 하필이면 맨션학회라고 이름을 붙였느냐”고 묻자, 토론자로 나선 원로 학자는 “부동산학회라고 하면 개발과 건설, 혹은 중개 등의 이미지가 떠오르고, 그런 일들은 돈이 되는 것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관여 하겠지만, 지어진 맨션의 유지관리에 관한 연구는 돈이 되지 않는 분야라서 학자들이 담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 순간 무언가 막힌 가슴이 뚫리는 시원함과 감탄이 절로 나왔던 기억이 있다. 일본 맨션학회로부터 선진 사례도 많이 배우지만, 가장 부러운 것은 그들의 순수하고 진지한 자세다. 그 중심에는 ‘보란티아’(ボランティアㆍ봉사하다) 정신이 있다. 회원 활동은 자발적이다. 연회비 1만엔 외에도 학술대회 참가에 드는 교통비와 숙박비, 식대 등 일체를 본인이 부담한다.

그런데도 치바 학술대회의 마지막날 저녁, 1인당 6000엔씩 추가로 내는 간친회(懇親會)에는 240여명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다. 참가자들 스스로 ‘보란티아’ 정신을 무장해 가능한 일이다. 일본 맨션관리 현장이 건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짐작을 쉽게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일본에 비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우리 아파트의 관리는 비리와 갈등 만이 매스컴을 통해 부각된다. 이 탓에 정부나 지방 자치단체의 전시행정성 규제가 잦다.

대표적인 것이 민간 분양아파트의 세부적인 관리 행위까지 국토교통부 장관 고시로 획일화시킨 규제다. 이는 아파트 관리 문화의 질적 성장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정부 행정이 국민의 호응을 얻는 양 비춰진다. 아파트 관리 비리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의를 가진 주민이 봉사를 하도록 정부는 주민의 선택권을 보장해줘야할 것이다. 또한 동 대표나 사업자, 관리사무소장(주택관리사)들은 주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일본 맨션학회 구성원이 보여주는 순수하고 진지한 보란티아 정신을 배워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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