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세계 인구의 날 ①] 저출산 대책 20년 뒷북…‘미래한국’ 소멸 걱정까지

저출산 사회 1983년 진입…1990년대까지 산아제한 유지

2005년에야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법…출산율은 제자리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11일은 유엔개발계획(UNDP)가 정한 세계 인구의 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는 차례로 은퇴하고 있지만, 그 이후 세대가 자녀를 낳지 않으면서 2019년을 기점으로 생산가능인구는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출산율이 1.19명으로 지속될 경우 2750년 우리나라 인구가 소멸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위기는 이미 1980년대 도래한 저출산 위기를 외면한 정부가 자초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저출산 사회 진입하고도 산아제한=가임 여성이 평생동안 낳는 평균 자녀 수를 합계출산율이라고 한다. 합계출산율이 2.1명 이상이어야 장기적으로 국가의 인구가 유지된다. 이를 대체출산율이라고 한다. 흔히 합계출산율이 대체출산율 이하로 내려갈 경우 저출산 사회로, 1.3 명 이하로 내려갈 경우 초저출산 사회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2.1명 이하로 내려간 것은 1983년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자녀를 낳는 시기부터 이미 저출산 사회에 진입한 셈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예전만큼 많은 수의 자녀를 낳아서 양육하기 어려워졌지만 보육과 양육의 사회화는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표>저출산 재정 투입 효과

그러나 정부는 출산율 저하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해 저출산 대책을 세우는데 소극적이었다. 정관 수술 등 무료 피임 사업은 1989년 중단됐지만 여전히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로 대표되는 산아 제한 정책은 1990년대 초반 까지 유지됐다. 이후 1996년에는 남아 선호 사상에 따른 성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등이 펼쳐졌지만 저출산에 적극 대처하는 정책은 없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학교 교과서에 인구 증가를 우려하는 내용이 실리기도 했다.

▶2000년대에야 체계적 정책=저출산 정책이 체계적으로 추진된 것은 노무현 정부가 2005년 5월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법’을 제정하고 같은 해 9월 ‘저출산ㆍ고령사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면서다. 출산율이 1.08명까지 떨어지자 국가 성장을 위한 경쟁력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듬해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환경 조성 ▷고령사회 삶의 질 향상 기반 구축 ▷저출산 고령사회의 성장동력 확보를 내용으로 하는 제 1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이후 2010년 9월 제2차 기본 계획이, 지난해 12월 제 3차 기본계획이 발표됐다. 그러나 10여 년동안 저출산 대책이 시행됐음에도 여전히 출산율은 1.3명을 하회한다.

김태헌 한국교원대 일반사회교육과 명예교수는 “인구 억제 정책은 개인의 입장에서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빠르게 따라오는 반면 인구 확장 정책은 부담이 늘기 때문에 쉽게 따라 오지 않는다”며 “1962년 시작된 산아제한 정책의 여파가 2000년대 초반까지도 영향을 미친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표>저출산 재정 투입 효과

오히려 저출산 정책은 정권의 향배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2008년 들어선 이명박정부는 기존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ㆍ고령사회위원회를 보건복지부 장관 소관으로 격하시켰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서자 위원회는 다시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됐지만 취임 3년차에 들어선 지난해 1월에야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가 처음 열렸다. 출산과 양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무상보육, 누리과정 등 보편적 복지 정책은 정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깊어지는 ‘저출산 늪’…이민완화론도 ‘솔솔’=시간이 흐를수록 저출산 흐름을 반전시키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구감소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이 지연되면서 이미 가임 여성의 풀이 절대적으로 축소된 상태“라면서 ”어떠한 저출산 대책을 써도 효과가 미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제 1ㆍ2차 기본 계획으로 재정 투자는 2006년 2조1000억원에서 2014년 14조9000억원으로 늘었지만 합계출산율은 크게 반등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 등에서 이민을 받아서라도 인구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새누리당의 김무성 전 대표는 “우리 이민 정책은 조선족을 대거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러나 출신 민족에 따른 차별 문제를 차치하고 나면 노동력 부족과 소비 여력을 되살리기 위해서 이민 정책을 완화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일리가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섣부른 이민 정책 완화는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있다. 김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이민은 당장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효과적”이라면서도 “종교 등 사회ㆍ문화적 파급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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