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세계 인구의 날 ②] 정부 “출산율, 2020년 1.5명ㆍ2045년 2.1명 달성”…20ㆍ30代 “글쎄”

2016~2020년 ‘제3차 저출산 대책’ 실시

고용ㆍ교육 등 대책도…예산 투입 최대

정작 20ㆍ30대 가임연령층 반응은 ‘냉랭’

[헤럴드경제=신동윤ㆍ구민정 기자] 지난 10년간 실시된 두 차례의 대책에도 ‘저출산 문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실시되는 ‘제3차 저출산 대책’을 통해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해당 대책의 주요 대상인 20ㆍ30대들은 해결책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등 엇박자가 나고 있다.

10일 보건복지부 등 정부 관련 부처들에 따르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접근 프레임이 올해부터 시작하는 ‘제3차 저출산 대책’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기혼 가구의 보육 부담을 경감하는 데 주력하던 지난 1ㆍ2차 저출산 대책과 달리 3차 대책부터는 가임 연령대 만혼ㆍ비혼자들이 결혼과 출산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사회ㆍ경제적 환경을 완성하는 방안까지 범위를 확대했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방문규 복지부 차관은 “결혼 출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1ㆍ2차 대책에서는 소홀하게 다뤄졌던 고용, 주거, 교육 대책을 3차 대책에 포함시켰다”며 “또 유교적 문화로부터 시작된 종속적인 가족 문화의 개선이야말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 대책임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2020년까지 실시되는 제3차 저출산ㆍ고령화 기본계획 개념도. [제공=보건복지부]

정부의 자신감은 역대 대책 최초로 시기별 목표 출산율을 구체적으로 밝힌데서 볼 수 있다. 3차 대책의 경우 2014년 1.21명이었던 출산율을 2020년까지 1.5명으로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2045년까지 현재 수준의 인구가 유지될 수 있는 2.1명 시대까지 늘리겠다고 구체화했다. 이를 위한 재정 투입도 극대화된다. 지난 1ㆍ2차 대책 당시 10년간 약 79조7000억원이 투입된 데 비해 3차 대책에서는 5년간 약 109조원이 투자된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이 같은 구체적인 저출산 대책에 대한 가임 연령층의 반응은 싸늘하다. 무엇보다 저출산 대책의 구체적인 정책으로 내놓은 ‘노동개혁’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20ㆍ30대가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대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한 지 1년 반 정도 지났다는 김아영(29ㆍ여) 씨는 “정부가 말하는 노동개혁은 기업이 비교적 자유롭게 사람을 부릴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년의 일자리를 만들어 생활을 안정시키고, 출산율을 높이긴커녕 회사 안에서 쉽게 해고될 수 있는 하나의 부품처럼 살아가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을 의지도 없어질 것이다. 청년을 위한다는 말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취업 준비생인 안모(31) 씨는 “노동개혁을 하면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화가 개선되고 청년들이 취업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일자리 현장을 모르는 정부의 장미빛 전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놓은 장기 저출산 대책의 목표치.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처음으로 구체적인 출산율 목표치와 목표 달성 시점을 내놓았다. [제공=보건복지부]

이어 “주변 취준생은 물론 대학생, 심지어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조차 노동시장 유연화로 인한 불안한 일자리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 걱정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라며 “오히려 청년층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가중돼 결혼을 못하거나 늦추는 사람이 늘고, 적은 수의 자녀만 갖겠다는 사람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맞춤형 보육 제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많은 가임기 여성들이 전업주부와 직장인 주부를 차별하는 정책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을 정부가 자초했다는 것이다. 임신중인 유모(35ㆍ여) 씨는 “저출산의 본질은 국공립어린이집 같은 싸고 부모가 마음놓고 보낼 수 있는 어린이집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는데, 이번 대책은 해당 본질을 너무 멀리 비껴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남성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 등에 대해선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촉구하는 의견도 많았다.

세살박이 첫째 아이를 키우며 둘째를 임신 중인 정모(31ㆍ여) 씨는 “지금도 남성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는 시행되고 있지만 ‘어차피 안 지켜도 손해 날 것 없는데’라고 생각하는 회사와 이에 동조하는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직장인이 대부분”이라며 “위반 시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우선돼야 실질적으로 출산율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는 지금 출산을 기피하는 청년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언제 잘릴지 모르는 직장인의 ‘빚 내서 사는 인생’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 줘야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는데, 정부 정책은 이를 해소해주기는커녕 오히려 확대시키는 방향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3차 대책에는 선진 복지국가들이 하는 대표적인 제도들이 총망라됐지만, 각 관련 부처가 비전만 제시할 뿐 어떻게 시행해 나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각종 대책을 도입하기에 앞서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 우선 순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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