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반대’ 암초 기다리는 日 평화헌법…긴급조치권 먼저, 국방군은 나중에?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금치산자 규정과 비슷하다”

2006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관방장관이던 시절 발간한 저서에 남긴 문구다. 그는 일본의 군사보유를 금지하는 헌법 9조(이른바 평화헌법)에 대해 이와 같이 비판했다. 10년 뒤 아베는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을 추진하는 세력이 개헌을 발의할 수 있는 일본 참의원의 전체 의석 3분의2(전체 242석 중 161석)을 확보했다.

일본에서 개헌을 하려면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중의원 100명, 참의원 50명 이상이 동의해야 개헌안을 국회에 올릴 수 있고, 이후 양원에서 각각 재적 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4년 간 정국 운영을 통해 중의원 3분의 2와 참의원 3분의 2를 개헌세력으로 채웠다. 이후 18세 이상 국민 과반이 개헌에 찬성하면 아베는 꿈에 그리던 개헌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헌법 9조 자체가 개정될 가능성은 낮다. ‘개헌파’로 분류되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츠오 당수와 오사카 유신회의 마쓰이 이치로 당수는 각각 “당분간 헌법 9조 개정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은 11일 투표에 참가한 유권자의 50%가 아베 총리의 헌법 개정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대신 아베는 우선 긴급사태 조항 등으로 개헌 논의의 물꼬를 틀 공산이 크다. 긴급사태 조항은 대규모 재해가 발생하는 등 비상시에 총리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내용이다. 아베 총리는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는 등의 내용을 담은 집권 자민당 개헌안 초안 그대로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해 아베는 안보법 제ㆍ개정안 11개를 성립하면서 야 4당과 시민단체가 ‘반(反) 아베 세력’으로 성장하는 역효과를 봤다.

긴급사태 조항에 대한 논의는 오는 9월 임시국회에서 진행될것으로 전망된다. 아베는 10일 후지TV와의 인터뷰에서 “헌법 논의를 심화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하기우다 고이치 관방부장관도 오는 9월 논의를 진행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우선 ‘긴급사태조항’ 등을 헌법에 추가하는 식의 ‘약식 개헌’을 먼저 추진한 뒤 본격적인 개헌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한편, 도쿄신문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아베 정권은 ‘신뢰’를 받고 있는 형세지만 유권자가 ‘백지 위임’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일본 헌법은 지난 대전에 대한 통절한 반성에 근거한 국제적인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의 임기인 2018년 9월까지 2년여 남겨둔 상황에서 아베가 당규를 고쳐서까지 개헌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