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발하는 中, 개헌선 확보한 日’…朴대통령, 임기말 외교 중대기로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박근혜 정부의 임기말 외교가 중대기로에 서게 됐다. 주변 4강(미ㆍ중ㆍ러ㆍ일)중 중ㆍ러는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 배치 결정에 강력 반발하고 있고, 일본 아베 정권은 참의원 선거를 통해 개헌선을 확보하면서 군사 야욕을 드러냈다. 동북아 정세를 흔드는 대형 변수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한국 외교는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도전을 맞고 있다.

중국이 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하는 공식 입장을 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0분이다. 지난 8일 오전 11시 한미 군 당국이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하자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강렬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발표 전날 중국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는 우리 군 당국의 설명을 감안하면 중국은 배치 발표가 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준비한 입장을 내보낸 것이다. 

하루 뒤인 9일에는 양위쥔 중국 국방부 대변인이 “국가의 전략적 안전과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혀,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러시아 역시 지난 8일(현지시간) 한ㆍ러 차관급 정책협의 보도문에서 “아주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며 반발했다.


북한ㆍ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에 핵심인 두 나라가 이처럼 강력반발하면서 주요 관련국 간 이견은 사드 문제에 그치지 않고 공조 자체의 균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북핵 문제를 ‘국제사회 대 북한’이란 고립구도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외교 구상이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로 동북아 지각이 재편되는 것은 우리 외교 당국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스스로 난해한 변수(사드)를 추가해 가뜩이나 풀기 어려운 문제(비핵화)를 한층 더 꼬이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외교 전문가는 중국의 공조를 끌어들이기 위해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정부가 중국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사드 배치 결정을 양국 간 이해 증진 없이 갑작스레 꺼내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사드 배치 결정의 당위성을 최대한 강조하면서 이달 예정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다자회의를 통해 중ㆍ러 및 국제사회의 이해를 구하고 동의를 얻는다는 계획이다. 당장은 지난 9일 북한의 SLBM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규탄 논의에서 중ㆍ러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첫 시험대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에 배치될 사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해 오해를 하고 있다는 식의 설득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다각적이고 섬세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참의원 선거 결과도 동북아 지형을 흔들 주요 변수다.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여당을 비롯한 ‘개헌 세력’은 선거를 통해 개헌 발의선(전체 의원의 3분의 2)을 확보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그간 수시로 전쟁 및 무력사용을 금지한 평화헌법 9조 개정 의사를 밝혀온 만큼 개헌 논의가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로 만드는 쪽으로 흐를 경우 한국과 마찰을 피할 수 없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사드로 인해 중ㆍ러가 돌아서고 일본과도 관계가 팽팽해진다면 한국 외교는 주변 4개국(북ㆍ중ㆍ일ㆍ러) 모두를 상대로 ‘지정학적 덫’에 걸린 모양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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