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030 리포트 ①] N포세대의 그늘…절반 “결혼은 내겐 선택사항”

-30대 53%ㆍ20대 46% “결혼 해도 좋고 안해도 좋다”

-결혼문화 인식도 변화…10명중 6명 “동거만해도 OK”

-비혼ㆍ만혼 등 영향 2030년 20대 ‘1인가구’ 비중 76%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 서울 강남구에 사는 C(35) 씨는 4년차 공무원이다. 대학을 졸업하던 당시 재수 끝에 일반 기업에 취업했지만 4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의 길을 택했다. 2년만에 9급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모 구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연애는 여러차례 해봤지만 결혼하고 싶은 상대는 만나지 못했다. C 씨는 “좋은 남자가 나타나면 가정을 꾸리고는 싶지만 떠밀리듯 결혼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미혼의 동료들과 저녁에 와인을 즐기고 영화를 본다. 휴가 때에는 그들과 어울려 해외여행도 함께 하는 등 생활이 그리 외롭지는 않다. 결혼을 해서 아이가 있는 또래의 동료를 보면 부러울 때도 있지만 가정에 얽매인 모습을 보면 혼자인 게 편하다는 생각도 든다.

취업 문턱이 높아지고 주거비용이 급등하면서 만혼ㆍ비혼 트렌드가 크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절반 이상은 ‘결혼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경인지방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보는 서울 2030세대’에 따르면 30대 서울시민은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인식을 갖고 있다. “결혼은 해도 좋고 안해도 좋다”고 답한 30대가 52.6%로 나타나면서 6년 전인 2008년(34.6%)보다 20%포인트 가량이 높아졌다. 반면 ‘결혼은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4.5%(‘반드시 해야 한다’ 7.0%, ‘하는 것이 좋다’ 37.5%)에 불과해 6년전 63.0%보다 25.5%포인트 감소했다. 

청년취업율이 크게 낮아지면서 서울의 2030세대들의 결혼관이 변화하고 있다. 2030세대 절반 이상이 “결혼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20대 시민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해도 좋고 안해도 좋다”고 인식하는 20대는 46.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7.8%만이 “꼭 해야 한다”, 42.5%는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 같은 인식의 영향으로 결혼을 하는 서울의 남녀 연령대가 모두 높아졌다. 지난해 20대들의 혼인율은 남자가 18.9건, 여자가 36.8건으로 각각 2006년보다 11.5건, 11.7건이나 줄었다. 반면 30대의 혼인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30대 남자 혼인율은 49.0건으로 지난 10년간 10.9건이 늘었다. 여성의 30대 혼인율은 38.6건으로 20대를 압도했다. 30대 여성 혼인율은 2006년 22.5건에서 16.1건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취업난으로 인해 남녀 모두 공부하는 기간이 늘고 직장에도 늦게 들어가게 되면서 혼인연령이 높아졌다고 풀이했다.

<그래픽>서울 2030세대 연도별 결혼에 대한 견해

여성의 혼인이 30대에 많이 이뤄지는 만큼 30대 모(母) 첫째 출생아 역시 증가했다. 30대 모의 첫째아 출생아는 3만3900명으로 2006년 2만5400명보다 33%(8500명)나 늘었다.

20대 여성 모의 첫째아 출생아는 1만3600명으로 10년만에 1만3000명 가량이 줄어 2006년(2만6700명)의 절반수준에 그쳤다.

출산율 역시 20대 24.1명으로 15.5명(-39.2%)이 감소한 반면 30대 출산율은 73.9명으로 15.2명(25.9%) 증가했다.

서울의 2030세대들은 결혼문화에 대해서도 열린 생각을 보였다. 2030세대 10명 중 6명(20대 61.9%, 30대 61.3%)는 ‘남녀가 결혼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고 했다. 또 20대 80.4%는 ‘외국인과 결혼해도 상관없다’고 했다. 이같은 인식은 2008년(69.4%)보다 12%포인트 높아졌다. 30대 77.5%도 결혼에는 국경이 없다는 인식을 보였다.

취업이 늦어져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2030세대에게 ‘내집’은 언감생심이었다. 20~30대 주택 소유자는 더욱 줄고 있었다. 2014년 서울의 20대 주택 소유자는 4만5000명으로 2년만에 1만1000명이 줄었다. ‘내집마련’의 꿈을 이룬 30대는 33만4000명으로 나타나면서 같은 기간 3만9000명이나 감소했다.

한편 경인지방통계청은 젊은층들의 혼자 사는 트렌드는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2030년에는 서울의 20대 1인가구 비중이 무려 75.5%나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대 인구 중 1인가구의 비중은 2010년 63.4%에서 2015년 69.0%로 꾸준히 높아졌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