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앨빈 토플러와 엘리트 권력자들

최근 유행하는 인터넷 사이트 중 하나로 ‘블라인드’라는 것이 있다. 각 기업, 업종별 종사자들이 모여 익명으로 급여부터 근무조건, 또 경쟁사의 동향 등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는 정보장터다. 그러다보니 동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도 이제는 “급여는 내규에 따름” 같은 말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중요한 근무 정보를 숨긴 고용주가 누렸던 정보 독점의 우위가, 인터넷과 공유를 통해 대중에게 넘어간 것이다.

이런 ‘블라인드’를 놓고 기업과 직원들의 갈등도 적지 않다. 직원들의 블라인드 접근을 암묵적으로 금지하고, 또 감시망을 상시 가동하는 기업도 있을 정도다. 그래도 직원들은 오늘도 여기에 접근하고 수다를 나누고 있다. 정보를 얻으려는 자와 정보를 지키기 위한 자의 치열한 싸움이다.

지난달 30일 87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이미 30여년 전부터 ‘정보 전쟁’을 예고했다. 과거 소수에게만 접근이 허용됐던 정보가 인터넷과 메스미디어의 발달로 대중적인 상식이 되고, 심지어 정보 소비자에 불과했던 일반인들이 정보를 만들고 가공하는 생산자가 되며 또 다른 권력자가 되는 지금의 세상을 몇 권의 책을 통해 일찌감치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앨빈 토플러는 우리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2001년과 또 2007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그는 매번 “고육 개혁”을 강조했다. 그가 말한 교육 개혁은 바로 정보 혁명이다. 정보를 독점한 소수가 권력을 휘두르고 남용하는 과거 산업혁명 시대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이 정보에 손쉽게 접근하고 또 개성있게 새로운 정보를 가공, 발전시키는 작업을 교육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보에 대한 접근성 개선은 실제 우리 생활에도 큰 도움을 준다. 몇해 전 논란이 됐던 ‘해외 직구’, 또 내수와 수출 자동차간 가격 및 사양 차별 논란은 결국 국내 제품들의 가격을 하향 안정시켰고, 또 품질을 향상시켰다. 지구상에서 판매중인 제품의 실시간 정보를 손 안에서 보며 문제의식을 갖고 또 해결책을 찾은 정보 소비자들의 승리다.

심지어 휴가 풍경도 바꾸고 있다. 불과 몇 해전만 해도 7월 말 8월 초가 당연했던 여름 휴가 해외 여행 성수기는 이제 6월부터 9월로 넓어졌다. 극 성수기를 피하면 반 값에 더 여유로운 해외여행이 가능하다는 고급 정보를, 많은 소비자들이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이런 ‘정보 혁명’을 이끌어야 하는 우리나라 정부와 정치인, 특히 그 중에서도 ICT 관련 부서는 여전히 20세기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만 공개하면 될 스마트폰과 통신비, 그리고 도서 가격 문제를, 여전히 법과 권력으로 강제하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기업들의 M&A나 신규사업 진출도 인허가 권력으로 사사건건 가로막는다. 다양한 정보를 가진 대중은 어설픈 엘리트 의식에 빠진 과거 소수 권력자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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