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코리아 둘레길 4500㎞의 가치

“남해안과 서해안의 걷기여행길은 언제 만들어줍니까?” 동해안 해파랑길 770km를 조성, 운영관리하는 ‘(사)한국의 길과 문화’에 2년 전부터 심심찮게 걸려오는 전화내용이다. 해파랑길을 다 걷고 나서 감사의 전화를 해오는 분들이 통화 끝에 덧붙이는 말이 남해안과 서해안의 걷는 길을 조성해 달라는 부탁이다.

우리나라 걷기여행문화는 지난 10년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건강을 챙기며 여행도 즐길 수 있으니 평균수명 80세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에서 걷기여행은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지갑은 두둑해졌으나 정신은 오히려 가난해진 현대사회의 병폐를 막는 슬로라이프 운동에서도 걷기여행은 중심에 서 있다. 그래서 양질의 걷기여행길은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복지 인프라다. 걷기여행길을 통해 얻어지는 지역경제 활성화나 관광객 증가도 더불어 얻게 되는 이익일 것이다.

지난 6월 17일, 발표된 코리아둘레길 4500km 조성 소식에 걷기여행 동호인들의 마음은 이미 설렌다. 우리 법인에서 해파랑길 연장선상에서 제안했던 한반도둘레길 4000km가 DMZ 접경지역을 포함하는 국토개념의 코리아둘레길로 기획되어 발표된 것이다. 걷는 길은 다른 길과 연결되어 네트워크화 될 때 그 가치가 더욱 커진다.

코리아둘레길 조성 발표에 반색하는 동호인들과는 달리 ‘거대한 토목공사의 전조가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는 새로운 길 공사를 통해 걷는 길을 만드는 것으로 여겨 생긴 오해일 것이다. 민간 추진기구를 구성해서 추진하는 코리아둘레길에 들어갈 예산은 조성 완료까지 100억 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기존에 조성된 걷기여행길과 DMZ평화누리길을 원래 있던 마을길, 해안길, 숲길, 도심길, 자전거길 등을 활용해 잇게 되기 때문이다.

현장 안내시스템도 각 코스 시종점의 종합안내판만 설치할 뿐 갈림길 안내는 리본이나 방향안내 스티커와 같은 간이안내사인을 활용한다. 안내사인 유지관리는 걷기동호인과 지역주민이 중심이 되는 민간 자원활동가 조직을 육성하여 운영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아울러 스마트폰의 GPS모듈을 활용한 길찾기 앱도 활용할 것이다. 이게 가능하겠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을 텐데, 대부분 동해안 해파랑길에서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것들이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코리아둘레길이 지나는 수많은 지자체(광역 10개, 기초 약 83개)와 협의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선설정에 대한 의견수렴이다. 조성과정에서 지자체와의 협의는 필요하지만 코리아둘레길 노선설정에 대한 최종결정은 반드시 이 길을 걸을 이용자 입장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만약 지역 활성화라는 이유로 이용자 중심으로 제안된 코리아둘레길의 노선이 변경되고, 흐트러진다면 코리아둘레길은 갈 길을 잃고 헤매게 될 것이다.

걷기여행길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관심을 가지고 매일 유지 관리와 보수를 하고 올바른 이용을 유도하며 세월을 먹어야 올바른 길로 자란다. 길은 아이 돌보듯 해야 명품 길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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