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작심 비판한 中, 준비 못한 韓

왕이-윤병세 회담 1시간만에 끝나

한국과 중국 외교장관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의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처음으로 지난 24일(현지시간) 라오스에서 마주 앉았다. 예상대로 중국의 불만은 쏟아졌고 그 수위와 표현방식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날 윤병세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이날 만남은 우리 측 제안으로 성사돼 약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왕이 부장은 한국 기자들 앞에서는 사드에 대한 중국의 시각(신뢰의 훼손), 평가(유감), 향후 계획(한국의 실질적 행동) 등을 쏟아냈다. 그런가하면 윤 장관의 설명에 손을 가로젓거나 턱을 괸 채로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하룻밤을 보낸 뒤 나온 우리 외교부의 설명은 다소 차분하다. 외교부는 25일 오전 관련 사실을 전하며 “한반도 정세 등 상호관심사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했으며 북핵, 사드 문제에 대한 진지하고 포괄적인 의견교환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 문단에 윤 장관이 사드에 대해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 조치라는 점을 설명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양측은 앞으로도 이와 관련된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설명이나 전략 없이, 다음 기회로 넘긴 것이다.

이날 만남이 우리 측 제안에 따라 이뤄진 것은 대북제재 공조를 위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고, 사드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로 인해 그 역할에 변화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뻔히 예상되는 중국의 반발과 냉랭한 분위기를 수습할 복안도 없이 상대와 마주 앉았다.

이에 비해 중국은 철저히 사드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북핵 문제 프레임을 대북제재 공조에서 동아시아 갈등으로 치환했다. 왕이 부장은 지난 5월 제7차 북한 노동당대회 이후 국제무대에 처음 나선 리용호 외무상과 같은 비행기, 같은 호텔을 이용하며 제재의 끈이 느슨해졌음을 알렸다. 반면 윤 장관과 함께 카메라 앞에선 왕이 부장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윤 장관만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외교부는 이날 별도의 사진 자료는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았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은 중국에 유엔 안보리 제재의 전면이행을 바라고 있고 중국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형식적으로는 제재에 동참하겠지만 북한과 이전에 비해 정치적 교류 횟수를 늘리는 등 정치적 측면에서 관계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무역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북중 무역규모가 5월에 비해 20.1% 급증하는 등 경제적으로도 북한에 숨쉴 구멍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역내 다자 안보회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의장성명에 북한ㆍ북핵 관련 내용이 줄어들거나 규탄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한국 정부가 사드는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할 수 있는 확실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면 중국은 성의표시로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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