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1위 리듬체조 러 리우行…손연재, 험난한 경쟁속으로

결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러시아를 심판하지 못한 채 공을 종목별 국제경기연맹으로 넘겼다. IOC마저 발을 뺀 상황에서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을 막아설 연맹은 없어 보인다. 결국 이미 출전 금지 처분을 내린 육상과 역도를 제외한 러시아 선수들은 리우행 비행기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는 다시 험난한 경쟁 속으로 들어갔다.

IOC는 24일(한국시간) 긴급 집행위원회를 열고 최근 정부 기관까지 개입해 집단 도핑 파문을 일으킨 러시아의 리우올림픽 출전 전면 금지에 대해 결론내리지 못했다. 대신 국제경기연맹이 종목별로 러시아의 출전 여부를 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지난 18일 발표한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아직 주요 종목별 국제경기단체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다른 종목에서도 러시아 선수들을 출전 금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WADA는 ‘러시아 국가 주도 도핑 실태’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하계 올림픽 종목 28개 가운데 22개 종목에서 도핑을 주도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무엇보다 IOC가 세계 스포츠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러시아와 밀월관계를 끊지 못하고 책임을 회피한 마당에 러시아의 출전을 불허할 경기연맹은 없어 보인다고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 또한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각 경기연맹이 과거 러시아 선수들의 도핑 자료와 이력을 전수검사할 시간과 여력이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네나드 라요비치 국제레슬링연맹 회장도 “증거도 없이 어떤 조처를 내릴 수 있느냐. 대회까지 워낙 시간이 없어서 내가 누군가에게 출전 금지 징계를 내리면 법원에서 패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사실상 출전 허용의 뜻을 내비쳤다.

이에따라 이미 러시아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금지시킨 육상과 역도를 제외하곤 모두 리우올림픽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지난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효력을 인정함에따라 러시아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금지를 확정했고 국제역도연맹(IWF)도 6월에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에 1년간 국제대회 출전 금지 처분을 내렸다.

러시아에 대한 징계가 너무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강하게 반박했다. 바흐 위원장은 “러시아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오려면 남은 기간에 개인적으로 해당 경기단체로부터 참가 자격이 있다는 승인을 받아야 하고, 또 그 결정 역시 CAS와 IOC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엄격한 자격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바흐 위원장 말대로 엄격하고 복잡한 과정이어서 선수 개인이 올림픽 개막 전까지 하기엔 불가능한 일이다.

한편 러시아의 올림픽 불참 가능성으로 금메달 기대가 높았던 손연재는 다시 치열한 경쟁 속으로 들어가야 할 전망이다. AP통신은 “체조의 경우 지난주 WADA 보고서에 러시아 사례가 언급된 바가 없기 때문에 러시아의 출전을 막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이에따라 리듬체조 금·은메달 후보인 세계랭킹 공동 1위 야나 쿠드랍체바와 마르가리타 마문(이상 러시아)이 예정대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계랭킹 5위 손연재는 4위 간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 6위 멜리티나 스타뉴타(벨라루스)와 동메달 싸움을 벌이게 됐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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