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때문에 골프장 무기명회원권이 품귀현상?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골프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유통업계와 농수축산업계, 호텔이나 외식업계 와 더불어 골프업계가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28일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합헌)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김영란법은 시행령 확정 등 후속 작업을 거쳐 9월28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골프업계는 이미 예상된 결과였다며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다. “어떻게든 타격은 받겠지만 골프산업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파장 정도가 크지 않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사진=헤럴드경제DB]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무원과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이 직무와 관련 있는 사람으로부터 3만원이 넘는 식사 대접이나 5만원이 넘는 선물을 받으면 과태료를 물도록 돼 있다. 주말에 골프장 비회원이 골프를 치려면 그린피만도 20만원이 넘고 여기에 캐디피와 카트사용료, 식사비까지 합한다면 1인당 30~40만만 원을 훌쩍 넘는다. 아무리 싼 대중제 골프장이라도 그린피는 ‘선물 상한선’인 5만원을 넘어 역시 김영란법에 저촉된다. 사실상 접대골프는 불가능하다. 때문에 골프장 입장에선 주말 영업 손실이 불가피하다.

특히 대기업이 소유한 고급 골프장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국내 60대 그룹이 접대용으로 보유하고 있는 수도권 골프장수는 18홀 환산 30.8개소로 가장 많은데, 이 중 회원제 골프장이 25.5개소에 달한다”며 “그룹사의 임원들이 손님 접대용으로 이용하는 고급 회원제 골프장들이 김영란법 시행으로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김영란법 시행으로 무기명회원권이 뜨거운 관심으로 떠올랐다. 법인들의 무기명회원권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품귀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무기명 회원권으로 일행 4명이 회원가로 라운딩을 하고 월 4회 이용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법인으로서는 최고의 선택지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무기명 회원권으로 골프를 쳐도 비회원 그린피에 해당하는 금액의 접대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역시 김영란법을 비켜가기 어렵다.

게다가 무기명 회원권이 김영란법으로 갑자기 인기가 치솟은 게 아니라는 해석이다. 

이현균 에이스회원권 애널리스트는 "실제로 선호도가 높은 골프장들은 매입자가 대기하고 있는 실정이다"면서도 "무기명 회원권은 사실 골프장 입장에서 영업이익 감소로 시장성이 없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법인들은 접대나 직원들의 복리후생 확대의 개념에서 수요가 늘어났고 회원권 반환을 걱정하던 골프장에서는 무기명회원권을 바탕으로 새롭게 회원권 층을 구성해서 안정적인 영업을 할 수 있게 돼 무기명 회원권을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즉 국내 골프시장의 특수한 구조와 필요에 의해 탄생한 것으로, 금융위기 때부터 선호도가 높았던 상품이었다는 해석이다.

또 김영란법이 골프장 회원권의 이용가치를 떨어뜨려 가격 하락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이견이 분분하다.

송용권 에이스골프닷컴 대표는 “김영란법이 당장 골프시장 위축을 야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저금리 변수가 있어서 회원권 가격 하락이나 입회금 반환으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같다”고 했다. 예를 들어 초저금리 시대에 여윳돈 7000만원을 은행에 넣는 대신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 친구들과 운동을 즐긴다면 연간 적어도 200~300만원은 세이브되는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반면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김영란법으로 고급 회원제 골프장을 중심으로 회원권 가격이 폭락하는 현상이 나올 수 있다. 장기적으로 골프장 가격 거품이 빠져 골프의 대중화로 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여러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있겠지만 대가성이 전혀 없어도 처벌하는 등 과잉규제가 우려된다고 했다. 회원제 골프장 관계자는 “골프 치는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 부정적인 시각이 만연될까 걱정된다. 친구나 가족끼리 골프장을 찾는 내장객들마저 접대골프라는 잘못된 시선을 받는 건 안되지 않느냐”고 했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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