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년을 건너온 올림픽골프…1만5000 ‘갤러리’ 환호로 답하다

남자골프 톱랭커 대거 불참에도
인기종목 부상 세계적 관심사로
최종라운드 美 시청률 6.3% 점유
올 골프 중계중 두번째 높은 수치

112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등장한 골프가 아무도 예상못한 흥행으로 반전 스토리를 쓰고 있다. 남자골프 세계 톱랭커들의 대거 불참으로 올림픽 잔류까지 위태로웠지만 이제는 올림픽 인기 종목으로 떠오르며 세계적인 관심을 얻고 있다.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코스(파71)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골프 최종라운드. 올림픽 코스에 빼곡히 들어찬 15000여명의 갤러리들은 세계 최고 골퍼들의 샷 하나하나에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남자 골프 톱랭커들의 불참으로 위기에 몰렸던 골프가 2016 리우올림픽에서 흥행 반전을 일으키며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한국 국가대표 안병훈을 응원하는 갤러리들의 모습. 리우=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저스틴 로즈(영국)와 헨릭 스텐손(스웨덴)은 마지막 마지막 18번홀(파5)까지 피말리는 금메달 경쟁을 펼치며 갤러리의 응원에 화답했다. 금메달은 로즈 차지였지만 112년만에 귀환한 골프 종목 자체가 승리한 분위기였다. 성공적인 올림픽 복귀전이었다.

사실 시작은 먹구름 천지였다. 1904년 이후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를 비롯해 2위 더스틴 존슨, 3위 조던 스피스(이상 미국), 5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톱스타들이 지카 바이러스와 치안 불안 등을 이유로 잇따라 출전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분위기는 연습라운드까지 이어졌다. 천문학적 몸값의 선수들이 라운드를 도는데도 자원봉사자와 관계자들을 제외하곤 갤러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대회가 시작하자 갤러리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더니 최종라운드에는 15000명이 넘는 갤러리들이 가득찼다. 국가별 응원전도 뜨거웠다.

기업 스폰서 대신 조국의 이름을 모자와 셔츠에 새기고 나온 선수들은 자존심을 건 명승부로 분위기를 더욱 달궜다.

시청률도 이를 그대로 반영한다. 미국 TV 시청률 조사 업체 스포츠 미디어 워치에 따르면 최종 라운드의 미국 내 시청 점유율은 6.3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4월 열린 마스터스 골프 최종 라운드 시청 점유율 8.5에 이어 골프 중계방송으로는 두번째로 높은 수치다. 올해 마스터스를 제외하고 올림픽 골프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PGA투어 대회는 없었다. 웬만한 PGA 투어 대회보다 더 큰 인기를 모은 것이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17일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올림픽 골프가 최근 몇 년 간을 통틀어 가장 즐겁고 자랑스러운 골프 대회가 됐다”며 “저스틴 로즈와 헨릭 스텐손, 맷 쿠차, 버바 왓슨, 리키 파울러 등 특급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과 헌신을 보여줬다. 여기에 브라질 국민 특유의 흥에 넘치는 응원 문화도 골프 흥행에 한 몫 했다”고 분석했다.

타이 보토 국제골프연맹(IGF) 부회장도 “예상보다 훨씬 좋은 결과가 나왔다. 각국 선수들부터 캐디, 그린키핑 스태프까지 모두가 영웅이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올림픽 개막 전 “톱랭커들이 올림픽에 나오지 않는 것은 골프가 미래에도 잔류하는지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퇴출 경고 메시지를 보낸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최종라운드에 직접 경기장을 방문해 흐뭇한 미소로 흥행 열기를 지켜봤다.

자연히 골프의 올림픽 잔류에도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영구 잔류도 자신하는 분위기다. 골프는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한시적으로 정식종목이 됐으며 내년 열리는 IOC 총회 투표를 통해 2024년 올림픽 잔류 여부가 결정된다. 이때도 올림픽에 계속 살아남으면 사실상 영구 종목으로 지정된다.

남아공 대표팀 감독으로 참가한 ‘레전드’ 게리 플레이어(80)는 “올림픽 골프 잔류에 대해 비관적이었는데 이제 낙관적으로 바뀌었다.

남자부 인기를 통해 골프가 올림픽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확인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슬프다. 올림픽에 불참한 톱랭커들은 골프 덕분에 지금의 자신이 있게 됐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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