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걸고 ‘금의환향’ 여제 박인비… “올림픽 2연패” 목표 이미 시작됐다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리우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했다. 23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박인비는 마중나온 할아버지 박병준(84) 옹에게 금메달을 걸어드린 후 꼭 끌어안았다. 좀처럼 표정변화가 없어 ‘돌부처’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자신을 최고의 골퍼로 만든 할아버지 앞에선 애교많은 어린 손녀딸이었다. 박옹은 “3대가 함께 골프하는 게 꿈”이라면서 인비가 열살 되던 해에 처음 골프채를 쥐어준 이다.

박인비는 “올림픽 매 순간이 메이저 대회 챔피언조에서 경기하는 것 같은 압박감이었다”며 역대 가장 화려한 ‘만세 세리머니’에 대해선 “한국을 대표한다는 부담감을 견뎌 자랑스러웠다. 그동안은 나, 박인비를 위해 경기했지만 이번엔 조국을 위해 경기했다”라고 말했다.

사실 박인비가 올림픽에서 완벽한 우승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왼엄지 인대 부상과 실전 감각 저하로 출전 자체가 물음표였다. 이달 초 출전한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선 샷 거리가 들쭉날쭉하고 특기인 퍼팅까지 흔들리며 불안감을 드리웠다. 그러나 2주 만에 다른 사람이 됐다. “딴 세상에서 온 것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퍼펙트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목표 지향적’ DNA와 남편 남기협 코치에게 받은 후천적인 ‘특급 무기’가 쌍끌이 힘이었다. 박인비는 전형적인 동기부여형 인간이다. 2013년 ‘올해의 선수상’ 수상, 지난해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올해 ‘명예의 전당’ 입회 등 중요한 길목마다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그때마다 박인비는 초인적인 집중력으로 목표를 이뤄냈다. 명예의 전당에 오르고 나선 “이젠 뭘 해야할 지 모르겠다. 목표가 사라져 패닉이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실제로 그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올림픽 금메달’은 새롭게 나타난 목표였다. 116년간 아무도 밟지 성지였다. 그의 눈빛이 다시 매서워졌고, 그에게 뿜어져 나온 에너지가 동반 플레이한 세계 1위 리디아 고까지 압도한 이유다.

슬럼프 때마다 그를 이끌어준 남기협 코치는 그의 두번째 금메달 열쇠였다. 2009년부터 3년간 부진에 빠져 골프를 중단할 위기에 만난 남 코치는 박인비 만의 독특한 스윙을 만들어줬다. 백스윙 속도가 느리고 손목 코킹을 하지 않고 임팩트 때는 이미 머리가 타깃을 향한다. 교과서 스윙은 아니지만 박인비에겐 맞춤옷처럼 꼭 맞는다. 올림픽 직전에도 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는 나쁜 버릇이 나왔다. 남 코치는 허리 부상 등으로 미세하게 틀어진 스윙을 교정했다. 박인비는 “스윙 폼을 약간 틀었는데, 바뀐 폼으로 하니 퍼트도 좀 더 잘 됐다”고 했다.

당분간 국내에 머물면서 부상 부위 치료를 받을 예정인 박인비는 “올림픽 2연패는 좋은 목표가 될 것 같다”며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남겨놨다. 박인비를 또 다시 달리게 할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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