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키니 금지’를 둘러싼 세가지 불편한 진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무슬림 여성의 옷차림이 세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일찌감치 복장 단속에 나섰던 프랑스는 무슬림 여성이 주로 입는 수영복 ‘부르키니’까지 제재하고 나섰고, 독일 역시 부르카 금지 대열에 동참할 태세다. 반면 미국에서는 무슬림 펜싱 선수가 히잡을 쓰고 올림픽 경기를 치러 ‘종교 간 화합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캐나다에서는 24일(현지시간) 여성 경찰의 히잡 착용을 허용해 관용 정신을 보여줬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외부에서 보기에 부르카와 부르키니 금지를 둘러싼 당혹스러운 사실 관계들이 있다”며 무슬림 여성의 복장에 대한 입장을 정하기 전에 유념해야 할 문제들을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

①부르카를 입는 사람은 프랑스에도 거의 없다= 부르카는 망사로 눈을 가리는 것을 포함해 몸 전체를 가리는 복장으로, 프랑스는 2010년 이른바 ‘부르카 금지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입법을 통한 제재가 필요할 만큼 부르카를 입는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니다. 대체로 아프가니스탄이나 남아시아의 무슬림들이 입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에 많이 이민해 온 걸프 지역 무슬림들이 입는 것은 ‘니캅’이다. 이는 눈 부위는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르카와 다르다.

그러나 이마저도 입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다.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프랑스 내 니캅 착용자가 2000명 정도라고 추측했는데(프랑스 내 무슬림 인구는 750만 명), 이 수치도 과장된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독일에서도 부르카를 입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니캅을 입는 이만 수백명 정도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②금지해도 입을 사람은 입는다= 큰 논란을 촉발시키며 도입됐지만, 복장 단속의 효과는 크지 않다. 프랑스가 지난해 니캅 착용에 대해 벌금을 부과한 건수는 1546 건인데, 이 중 상당수는 같은 사람에게 중복해서 부과된 것이다. 어떤 사람은 33차례나 벌금을 부과받았다.

오히려 정부에 항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전통 복장을 고집하는 사례들만 생겨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학자 아그네스 데 페오는 부르카 금지법에 자극받아 일부러 얼굴을 가리는 복장을 하고 다닌다고 말하는 여성들이 늘어났다고 지적한다. 또 기존에 니캅을 입었던 사람들은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했다.

복장 단속에 대한 저항을 금전적으로 지원해주는 사람도 있다. 부르카나 니캅을 공공장소에서 입다가 적발됐을 경우 150유로(약 19만원)의 벌금이 부과되는데, 무슬림 사업가 라키드 네카즈는 유럽 각지에서 복장 단속에 걸린 이들의 벌금을 대납해주고 있다. 그가 현재까지 벌금을 대납한 횟수는 프랑스에서 1165 차례, 벨기에 268 차례, 네덜란드와 스위스에서 각각 두 차례와 한 차례다.

네카즈는 “그것을 입는 사람은 2011년보다 2016년에 더욱 늘어났다. 법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③이슬람 극단주의를 자극하는 빌미가 된다= 부르키니 논란이 확산된 후 외신에는 프랑스 니스 해변에서 경찰이 부르키니를 입은 사진이 소개됐다.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던 무슬림 여성에게 경찰 네 명이 다가가 부르키니를 강제로 벗게 하는 장면을 포착한 것이었다.

많은 이들은 IS와 같은 테러단체가 이 사진을 이용해 서구 사회에 대한 반감을 자극해 테러리스트들을 모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미 알카에다는 자체 선전매체를 통해 서구 세계가 무슬림 여성의 옷차림에 제재를 가하는 것을 비판한 바 있다.

‘프랑스 지하디스트’라는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톰슨은 “지하디스트들은 니스 경찰이 그들을 위해 선전해 준 것에 놀랐을 것이다. 그들에게 이것은 신이 주신 기회다”라고 했다.

지난주 이탈리아 내무장관 역시 해변에서 부르키니를 단속하는 것이 “잠재적으로 테러 공격을 유발할 수 있는 도발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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