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업계 대규모 감원 예고…생존 위해 최대 5천여명 실직 위기

쇼룸폐업2
LA다운타운 의류상가에서는 갈수록 문닫는 쇼룸이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인력감축 바람이 불고 있다.

수년째 위기 상황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LA지역 한인 의류업계가 결국 일자리를 줄이는 ‘감원’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최소 10%에서 많게는 20%이상의 일자리가 연말까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2000여개에 육박하는 한인 의류업체의 고용 인력은 2만명을 넘어선다.

업체마다 연말까지 20%이상 감원이 진행되면 5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

감원 대상은 디자이너, 패턴, 샘플 메이커 등 개발직 뿐 아니라 쇼룸이나 트레이트쇼에서 활동하는 전문 판매직 등 직종을 가리지 않는다.

개발직에 독립됐던 직군은 2명이 1명 몫을하는 방식으로 인력이 줄어들 전망이다.

예를 들어 경력직 디자이너가 별도의 보조 디자이너 없이 제품을 개발하거나 패턴사가 마킹&그레이딩직을 겸업하거나 심한 경우 샘플 메이커 일까지 병행하는 1인 3역을 소화하는 구조다. 쇼룸이나 트레이드쇼에서 판매를 담당했던 직원들 역시 업체마다 최소 1~2명씩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알려진다.

한인 의류업체들의 인력 구성을 보면 디자이너, 보조 디자이너, 패턴사, 샘플메이커, 마킹&그레이딩 등 제품 개발직에만 최소 5명이다. 여기에 회계, 물류, 생산 관리, 온라인 판매관리, 유통사 대상 영업까지 더하면 창고를 겸한 본사에만 10명이 필요하다.

매출이 늘고 거래하는 대형 유통사들이 늘어남에 따라 각 거래처별 개발팀을 별도로 두게 돼 개발실 직원이 2배씩 늘어나는 구조다. 여기에 도매상권에 위치한 쇼룸에는 기본 세일즈 매니저와 세일즈 직원 2명, 회계 1명, 물류 1명 등 최소 5명이 필요하다.

결국 15명의 직원이 있어야 운영 가능한 회사 구조에서 사장 부부가 각각 한가지 역할씩 맡고 남은 13명 중 2~3명 가량은 줄이겠다는 움직임이다.

이같은 인력감축 분위기는 LA한인의류업계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연매출 2000만 달러 이하의 중소규모 업체 대부분에서 감지되고 있다. 최근 쇼룸 렌트비가 낮아져 운영상 부담을 크게 덜긴 했지만 중장기적으로 생존을 위해서는 감원을 통한 추가 경비 절감이 필수적이라는 게 업주들의 말이다.

특히 대규모 감원을 통해 업계 고용 과정에서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됐던 경력 부풀리기를 활용한 직원들의 과도한 급여 인상 시도가 어느 정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는 업주들도 적지 않다.

연말까지 기다리지 않고 일부 한인 의류업체는 이미 감원을 시작했다. 생존(?)한 직원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2배, 많게는 3배 가량 업무량이 늘다 보니 능력 있는 직원들을 잡기 위해 최소 1.5~2배 가량 급여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특히 이직이 잦은 업계 특성상 2~3명 몫을 하는 능력 있는 직원에 대한 경쟁 업체의 스카웃 제의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인의류협회 장영기 회장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대규모 감원 바람은 단순히 경비 절감 차원을 넘어 생존을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경준 기자

의류개발실모습
한인 의류 업체의 제품 개발실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사진은 특정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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