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종속된 필리핀 경제… 두테르테가 오바마와 싸울 수 없는 이유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결국 비공식적으로나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 오바마에게 “욕을 해주겠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던 그였지만, 파문이 일자 유감 표명 뒤 만남까지 가지며 자세를 낮춘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두테르테가 오바마에게 싸움을 걸 수 없는 이유로 ‘미국에 크게 의존적인 경제 상황’을 지적했다. 싱가포르 최대은행인 DBS 그룹 홀딩스의 이코노미스트 군디 카야디는 “두 나라 간 연관관계는 꽤 크다”라며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기도 하지만 이를 넘어서 모든 분야에 있어서 복수의 비즈니스 관계가 있다”라고 했다.

실제 필리핀 경제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필리핀 경제는 지난해 3분기 이래 6% 성장했는데, 미국과의 교역과 미국의 투자가 이를 가능하게 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것은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필리핀인들이 고국으로 송금하는 돈이다. 2013년 기준으로 약 1000만명의 필리핀인들이 해외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이 중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이는 350만 명에 육박한다. 필리핀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해외의 필리핀인들이 고국으로 송금한 돈은 2015년 기준 258억 달러인데, 이 중 31%는 미국에서 보내온 것이다. 미국에서 직접 송금해 온 것만 해도 필리핀 GDP(3100억 달러)의 2.5%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필리핀 외화벌이의 핵심 원천이 된다.


미국과의 무역 역시 중요하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필리핀의 두번째 교역상대국이다. 양국의 수출입 규모는 2010년 이래 지난해까지 23% 증가해 180억 달러에 이른다. 필리핀은 주로 미국에 전기 기계와 직물 등을 수출해, 상당한 무역수지 흑자를 보고 있다.

미국은 또 네덜란드, 일본, 한국에 이어 필리핀에서 4번째로 큰 투자국이기도 하다. 필리핀 통계당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미국의 필리핀에 대한 투자액은 200억(4600억 원) 페소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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