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와서 정말 싫은 사람?”…‘국해(國害)의원’ 인정하는 ‘이정현식 화법’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섬기는 머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사진>가 취임 한달을 맞았다. 그 동안 이 대표가 보여준 신선한 화법은 주목을 끌었다. 한편에는 “신선하다”고 추켜세우는 반면, 일각에서는 “품위가 부족하다”며 혀를 찬다.

이정현의 반성…“국회, 이런 식이면 백약이 무효하다”=8ㆍ9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이 대표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취임 한달 기념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국회가 이런 상태로 계속하면 백약이 무효하다”, “국민들에게 국회의원 일상을 1년 동안 그대로 보여줘서 386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이렇게 심사한다는 실상을 국민들이 보면 그대로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기반성’을 쏟아냈다.

이 대표의 ‘반성’은 지난 5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대표는 연설에서 “국회에 대한 댓글을 찾아보니 많은 국민들이 ‘국해(國害)의원’이라 힐난한다”, “툭하면 공무원을 하인 다루듯 삿대질하고 고성질타로 윽박지른다. 시중에는 인사청문 대상자 자리에 국회의원을 앉혀서 청문회 한번 해보자는 말도 있다”고 소개했다. 으레 엄숙하고 무게감 있게 정당의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는 대표 연설과 비교해 ‘파격’이란 평가를 받은 이유다.

이 대표는 파격의 이유로 ‘국민’을 든다. 그는 9일 기자 간담회에서 “작지만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국민이 원하는 정치 문화로 바꿔 보고 싶다”고 당 대표로서 포부를 밝혔다. 당 대표로서 위신을 세우기보다 국민의 시각에서 국회를 바라보겠다는 거다.


이정현의 자학…“나 와서 정말 싫은 사람, 손?”=이 대표의 어록은 종종 ‘자학’으로까지 나아간다. 이 대표는 군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 지난 6일 경기도 파주의 한 포병 부대를 찾아 1박 2일 동안 병영을 체험했다. 이 대표는 군 부대 방문을 두고 ‘민생이 아니라 민폐’라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장병들과 같은 생활복을 맞춰입고 일정 내내 소탈한 모습을 강조했다.

그는 또 내무반에서 장병들을 만난 자리에서 “하나 물어보겠다”며 “나 온다고 해서 막 청소하고, 안 왔으면 좋겠는데 (이 대표가) 와서 싫었던 사람, 손?”이라고 질문했다. ‘집권여당 대표가 군 부대를 방문하면 군인들이 청소하느라 고생한다’는 비판을 정면 돌파한 것이다. 물론 손을 든 장병은 한 명도 없었다.

자신을 향한 비판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오히려 이용하는 건 이 대표의 전매특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선거 과정 내내 “나는 ‘흙수저’도 아니고 ‘무수저’ 출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약점을 차라리 캐릭터로 만드는 화법을 지녔다.

‘이정현식 화법’을 바라보는 잣대는 극단적이다. 이 대표의 연설 직후 야당은 “국회로 화살을 돌리는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혹평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호남 출신으로 오랜 노력과 인고의 세월 속에 당 대표에 이른 감동 스토리를 전달하고 있지만, 여전히 박 대통령을 섬기는 서번트 정치를 선포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이 대표의 언술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보낸다. 한 초선의원은 그에 대해 “이 대표야 말로 새누리당의 ‘웰빙정당’ 이미지를 벗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당이 이 대표의 행보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 중진의원은 “국회의원 전부를 깎아내리고, 집권당 대표로서 품격과 신뢰감이 부족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