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강간한 아내’ 강간죄는 무죄…“고의나 폭행·협박한 점 증명안돼”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이혼하겠다는 남편을 가두고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에게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남편을 가두고 원치않는 발언을 하도록 강요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지만, 강간 혐의는 무죄로 봤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6부(부장 이재석)는 이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심모(41.여) 씨에게 징역 2년에 3년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심 씨의 남편을 오피스텔에 가두는 데 도움을 준 김모(42) 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2년의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재판부는 “남편이 내심 원하지 않았던 성관계를 가졌을 소지는 있지만, 성관계 당시 피해자인 남편의 몸이 결박돼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남편의 의사에 반하는 정도를 넘어 반항을 억압할 정도에 이르는 유형력 행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심 씨의 강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범행 정황 등을 종합했을 때 피해자가 반항하지 못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또 “아내 심 씨의 태도나 범행에 이른 동기 등을 고려하면 남편을 감금한 것은 일차적으로 외도를 확인해 사과받고 결혼생활을 지속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여진다”며 “강간할 의도로 남편을 감금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남편을 감금해 다치게 한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이 모두 인정하고 있고 증거도 이를 뒷받침 한다”며 감금 치상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 “이혼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큰데도 남편이 자신의 외도로 혼인이 파탄났다고 진술했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강요 혐의도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심 씨등의 범행으로) 피해자인 남편이 상당한 정도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심 씨가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의 마음을 돌리겠다는 생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남편이 입은 상처가 비교적 경미한 점을 심 씨의 양형에 참작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남편을 감금하는 것을 도운 김 씨에 대해서 재판부는 심 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범행에 가담한 측면과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

심 씨는 지난해 5월 서울 종로구 자신의 오피스텔에 29시간 동안 남편을 가둔 채 손발을 청테이프로 묶고 강제로 성관계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심 씨는 “혼외 이성관계가 형성돼 더는 심 씨와 함께 살기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편에게 받아내 녹음한 혐의(강요)도 받고 있다.

심 씨는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의 마음을 설득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이혼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려고 김 씨와 짜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심 씨의 결심 공판에서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고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해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심 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심 씨의 사건은 대법원이 2013년 부부 사이 강간죄를 인정한 후 아내가 남편을 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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