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싸는 당신은 가짜 진보”… 인도의 절박한 ‘화장실 사용’ 캠페인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화장실을 사용하는 습관만이 진짜 진보(progress)다.“

인도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진행 중인 문화 캠페인의 슬로건이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가 발전하고 있는 국가지만, 아직 상당수의 가정에 화장실이 없고 실외 아무곳에서나 용변을 보고 있다.

이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2014년 10월 화장실 사용 문화를 정착시키자며 ‘클린 인디아’ 캠페인을 시작했다. 정부는 “인도의 모든 가정에 화장실을 만들자”는 목표로 2019년까지 총 100억 달러를 투자해 6000만 개의 화장실을 설치할 예정이다.

정부가 선보인 캠페인 광고는 인도의 배변 문화를 조롱하고 있다. 아이들이 광고에 등장해 “아저씨는 넥타이도 매고 신발도 신고 있는데, 여전히 공개된 장소에서 용변을 보고 있네요. 무슨 진보가 이렇죠?”라거나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데, 여전히 철길에 소변을 보고 있네요”라고 말한다.


인도에서는 대다수 가정에 화장실이 없는 관계로 어린 소녀들이 집 밖에서 용변을 보다 성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잦다. 또한 길거리에 버려지는 오물은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농촌 지역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하지만 캠페인은 쉽게 정착되지 않고 있다. 인도는 2006~2012년에도 화장실 사용을 독려하며 일부 마을에 상을 주기도 했지만,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됐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인도의 계급제도인 카스트가 화장실 사용을 가로막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카스트제도 하에서 용변을 본 뒤 이를 치우는 일은 가장 낮은 계급인 불가촉천민이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인도 국민들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물을 내리느니, 차라리 밭에 나가 보고 오는 것이 깨끗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특히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화장실 사용은 여성들이나 하는 것이지, 남성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분위기도 퍼져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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