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니까 이 노래②] 달리는 KTX 안… 가을 풍경에 어울리는 노래

[헤럴드경제=고승희 ㆍ이세진ㆍ이은지 기자] 우선 KTX 예매에 성공한 그대에게 박수를 보낸다. 치열한 클릭 전쟁을 치렀으니 편안한 좌석에서 노래 들을 일만 남았다. 이어폰만 있다면 입석도 괜찮다. 꽉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속 태울 일은 면했다. 빠르게 달리는 KTX 안, 밀리는 귀성길은 남 얘기다.

미리 다운받아 둔 영화나 책을 보는 것도 좋지만, KTX를 탔다면, 창 밖 풍경을 놓칠 수 없다. 양옆으로 펼쳐지는 가을 정경에 자연스럽게 눈이 간다. 푸르고 맑은 하늘, 오색 빛으로 물든 대지, 가을 풍경에 녹아들 멜로디를 소개한다.


▶ 서정적 밴드 사운드와 ‘블루스의 여왕’(방송/대중음악 담당 고승희)=기차는 달리지만, 그 안은 정적이다. 출발지를 떠난 지는 오래, 하나둘 잠 드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쯤 한없이 펼쳐지는 푸른 들판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차분해진다. 그 분위기 그대로, 짜르(Czars)가 기다린다. 미국 덴버 출신 밴드 짜르는 1994년 데뷔해 2004년까지 활동했다. 이들의 신보는 2005년이 마지막이었다. 해체 이유는 실로 비극적이다. 재정난이 밴드를 다시 뭉치지 못 하게 한 이유다. 우울의 극치를 오가는 ‘드럭’(Drug)과 같은 곡도 있지만, 마지막 앨범 ‘굿바이’(Goodbye)는 서정적인 사운드가 앨범을 지배한다. 기타, 피아노, 트럼본, 하모니카 등의 악기가 더해진 구성이 이들의 음악에 조금 더 아날로그 향을 더했다. 고요한 들판 위로 ‘엔젤 아이즈(Angel eyes)’와 ‘페인트 더 문(Paunt the moon)’이 흐를 땐 보컬 존 글랜트의 나지막한 음성이 귓가를 간지럽힐지도 모르겠다. 고향집 도착 무렵이라면 설렘인지 두려움인지 알 수 없는 쿵쾅거리는 마음을 베스 하트의 목소리로 달래는 것도 좋다. ‘블루스의 여왕’ 베스 하트와 천재 기타리스트 조 보나마사가 만난 ‘돈트 익스플레인’(Don‘t Explain) 앨범이다. ‘초코렛 지저스(Chocolate Jesus)’를 타고 흐르는 뚱땅거리는 리듬이 그 기분에 딱 맞춰 흐른다. 베스 하트의 ‘마성의 성대’에 어깨가 괜스레 앞뒤로 움직인다. 끈적거리는 보나마사의 기타도 안성맞춤.


▶빨리 추워지길, 김동률 메들리(영화 담당 이세진)= 고향 가는 KTX, 과연 차창 밖으로 단풍이나 낙엽이 보일까?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석 연휴에 열차 안에서 가을 풍광을 보긴 어렵게 됐다. 게다가 추워졌다 더워졌다 동전 뒤집듯 바뀌는 날씨 때문에 당황스럽기만 한 9월이다. 이럴 때 한없이 기다려지는 가을을 미리 느끼게 할 노래가 있다. ‘가을남자’ ‘꿀성대’ 김동률의 트랙들이다. 사심 가득한 추천이지만 몸이 선선해지고 마음이 쓸쓸해지는 가을에 김동률의 목소리만큼 제대로 된 처방전도 없다. ‘기억의 습작’,‘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이제서야‘, ’Replay‘ 등등 명곡들이 차고 넘친다. 그가 가을에 새 앨범(6집 ‘동행’)을 내놨던 것도 벌써 2년 전이다. 어서 새로운 곡으로 가을을 200% 느끼게 해달라, 앨범을 좀 내달라, 공연도 해달라, 마음 속으로 외쳐본다. 


▶임창정 메들리 (방송/대중음악 담당 이은지)= ‘가을 시즌송’을 넘본다. 작년 9월 ‘또 다시 사랑’으로 가을을 휩쓸고 지나간 임창정이 다시 가을을 알렸다. 지난 6일 발표한 ‘내가 저지른 사랑’이 4일째 음원 차트 1위를 올킬(All-Kill)하고 있다. 2014년 ‘흔한 사랑’을 시작으로 매년 가을 찾아오는 임창정은, ‘소주한잔’의 부담을 덜고 다시 정상에 섰다.

임창정은 감성으로 꽉 채워진 시작부, 폭발적인 고음이 전율을 일으키는 후렴구를 모두 갖춘 가장 전형적인 발라드의 표준이자 고전이라 할 수 있다. 가을 풍경에 센치해지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제격이다.

이번 13집 ‘아이엠(I’M)’의 타이틀 곡 ‘내가 저지른 사랑’은 물론, 수록곡 ‘이별 후’, ‘노래 한번 할게요’를 추천한다. 듣다 보면 옛 향수에 젖어 ‘소주 한잔’부터 ‘오랜만이야’, ‘날 닮은 너’, ‘슬픈 혼잣말’, ‘원하던 안 원하던’까지 메들리로 듣게 될 수밖에 없다. 22년차 발라드 가수의 13개 정규앨범을 모두 섭렵하고 나면, 어느새 슬픈 영화 속 사랑의 주인공이 돼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주의할 점 하나, 고음이 높으니 노래방에서 부를 생각은 안 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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