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 300억원 출연’에서 드러난 현정은과 최은영의 차이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재계 두 여장부의 차이는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형태로 드러났다. 지난 9일 국회 ‘서별관 회의 청문회(조선ㆍ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서 “그동안 당신이 가져간 돈이 전체적으로 300억원에 가깝고, 지금도 사옥 임대소득으로 연 140억원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책임을 통감하느냐. 사재 출연 용의가 없느냐”는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의 일갈이 터져 나왔을 때다.

한진해운 몰락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앞으로 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며 확답을 피했다. 지난 2013년 말부터 실시해온 자구안에도 회생이 불투명하자 올해 1월 용선료 인하, 300억원 사재 출연 등 고강도 대책을 내놓으면서 채권단 설득에 안간힘을 쏟았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현대그룹은 당시 현대증권 지분 담보대출과 현대아산 지분 매각으로 700여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반면 최 전 회장의 과거 행보는 회사의 정상화보다는 개인의 안정 도모에 치중됐다. 재계에 따르면 유수홀딩스(전 한진해운홀딩스)는 2014년 11월까지 한진해운의 모회사였다. 최 회장은 지난 2006년 남편인 고(故) 조수호 회장이 타계하자 2007년부터 경영 전반에 나서면서 한진해운을 총괄해왔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로 해운업황이 악화되면서 한진해운은 2011년부터 3년간 1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적자를 냈다. 이에 최 회장은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대한항공) 회장에 한진해운 주식을 모두 팔았다. 

조선-해운 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틀 째 열리고 있다. 주요 증인인 최은영 유수홀딩스(전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이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이후 최 전 회장은 남은 자회사들을 중심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컨설팅을 통해 한진해운홀딩스 사명을 유수홀딩스로 변경하고, 기존 HJLK도 유수로지스틱스로 바꿨다. 이에 따라 유수로지스틱스는 2014년 3월 유수홀딩스로 인수된 뒤 수익성 위주의 판매 전략으로 2015년 말 7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싸이버로지텍은 지난해 말 1173억원의 매출과 함께 영업이익 523억원, 순이익 43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자신이 경영을 맡은 기간동안 한진해운의 부채 규모가 1460%으로 폭증하는 등 회사의 붕괴가 이미 확실시됐지만, 책임을 회피하고 홀로 살 궁리만 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최 전 회장에 대한 강한 성토가 이어졌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당장 한진해운 회생을 위해 모든 재산을 다 내어 놓겠다고 해도 회생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시점에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보겠다’는 수준의 발언만 되풀이하는 최 전 한진해운 회장 태도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마인드 대전환을 통해 사재 출연 등 총수 일가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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