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서 드러난 기득권의 민 낯…최은영, 정부지원은 ‘시급’ 사재출연은 ‘침묵’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지난 9일 열린 국회 ‘서별관 회의 청문회(조선ㆍ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는 기득권의 낮은 도덕 수준이 민 낯을 드러낸 장이었다는 평가다. 빠른 정부지원을 읍소하면서도 사재출연에는 침묵을 지킨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의 모습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청문회의 핵심 증인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은 끝내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국내 1위, 세계 7위 규모의 국적 선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상태에 들어간 초유의 사태와 관련한 최 전 회장의 책임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최 전 회장은 2006년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사망한 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한진해운 경영을 맡은 인물이다. 이 기간 한진해운의 부채가 1460%으로 폭증했지만, 최 전 회장은 160억원의 경영보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이에 최 전 회장은 “전 경영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무겁게 느낀다”며 눈물을 흘렸다.

[사진= 조선-해운 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틀 째 열리고 있다. 주요 증인인 최은영 유수홀딩스(전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그러나 곧 반전 상황이 펼쳐졌다. 여야 의원들이 한진해운 정상화를 위한 사재 출연을 압박했을 때다. 최 전 회장은 사재 출연 용의를 묻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앞으로 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른 시일 안에 어떤 형태로든 실행하겠다”면서도 자신이 보유한 2000억 원대 한진해운 사옥을 내놓는 방안에는 ‘불가’ 의지를 확실히 드러냈다. “해당 사옥 6개 층을 쓰는 한진해운의 임대료가 몇 달째 밀려 있어 이미 고통 분담을 하고 있다”는 것이 최 전 회장의 항변이다.

이 외에도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유수홀딩스 지분 가운데 유 전 회장과 두 자녀가 보유한 총 37.1%는 한진해운 정상화를 위해 출연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고, 최 전 회장은 “유수홀딩스 경영에 관한 문제여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답했다.

이처럼 최 전 회장이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자 정치권에서는 강한 성토가 이어졌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당장 한진해운 회생을 위해 모든 재산을 다 내어 놓겠다고 해도 회생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시점에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보겠다’는 수준의 발언만 되풀이하는 최 전 한진해운 회장 태도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마인드 대전환을 통해 사재 출연 등 총수 일가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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