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에 멍드는 한국 사회②] 사람 잡는 무고죄 ‘이럴 때 범죄다’

-신고된 사실이 ‘허위’임이 입증돼야

-신고된 사실이 형사처분을 받을 만한 범죄여야

-신고자 스스로 허위임을 모르면 무고죄 성립안돼

-사립학교 징계 등 사적관계 등에 대한 무고죄는 성립안돼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최근 남성 연예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무고하는 사례들이 잇따라 불거져 나오며, ‘무고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고(無辜)죄란 잘못이 없는 사람에게 형사처벌을 받도록 허위 사실을 신고하는 행위를 죄로 판단한 것이다. 무고를 한 경우 형법 제 1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죄없는 사람을 부당하게 처벌해 피해자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물론, 허위고소로 인해 수사ㆍ재판기능을 떨어뜨리는 등 국가 사법질서를 어지럽힌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위사실을 신고했다고 해서 곧바로 무고죄로 인정되는 건 아니다.

무고죄가 성립되려면 먼저 신고된 사실이 ‘허위’라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일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무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

가령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0부(신광렬 형사수석부장)는 “신고 내용이 허위임이 합리적 의심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55) 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박 씨는 당시 화장품 회사인 T사의 경영권을 놓고 처남과 다투던 중, “처남이 나를 맥주병으로 폭행했다”며 무고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재판부는 “일부 증인들이 박 씨가 무고했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이들은 박 씨보다 처남과 더 가까운 사이”라며 “이들의 진술만으로 박 씨가 신고한 내용이 허위임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신고된 사실 자체가 형사처분을 받을 만한 ‘범죄’에 해당해야 무고죄가 성립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허위 사실을 신고하더라도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또 허위사실을 신고했더라도 신고자가 이를 진실이라 확신하고 있었을 때도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이는 신고자가 신고 내용이 허위임을 스스로 알지 못했을 경우다. 허위사실임을 알고 있으면서 이를 무시한 채 자기 주장이 옳다고 우기는 것까지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서울서부지법은 “피고인이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었고, 고소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무고혐의로 기소된 송모(73)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송 씨는 지난 2014년 국민권익위원회를 방문해 “아파트 동대표회장이 창틀 공사를 계약하며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진정서를 냈다.

그러나 사실 동대표회장은 공개입찰을 거쳐 업체와 계약한 것으로 드러났고, 송 씨는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개입찰에 해당 업체 외에 다른 곳들이 참가했는지 증거가 부족하다”며 “피고인이 입찰 현장을 방문했을 때 업체 한 곳만 참석했던 점 등에 비춰 충분히 특혜에 대한 의심을 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무고죄는 다른 사람에게 형사처벌 등 ‘공법상’ 제재를 받게할 목적으로 허위 신고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공법은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만든 법으로 공적인 생활관계를 규율한다. 예를들어 사립학교 내부에 적용되는 징계처분은 사적인 관계를 규율하는 ‘사법’ 제제이지, 공법상 제재가 아니다. 이를 위해 무고한 경우 형법상 무고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실제 이런 판결이 있었다. A씨는 K사립대학교에 근무하는 B교수와 S사립대학교의 C 교수를 징계처분 받게 할 목적으로 국민권익위에 허위 민원을 제기했지만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사립학교 교원은 학생을 교육하는 대가로 학교 법인등으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으므로 사립학교와 교원은 원칙적으로 ‘사법상 법률관계’“라며 “이들의 징계처분은 공법상 제재가 아니어서 무고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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