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5년 내전’ 끝내나…미·러 ‘휴전 합의안’

휴전 1주일 지속 땐 IS 격퇴 위한 미·러 군사협력도 계획
“복잡한 이해관계·강제이행책 부재로 휴전 유지될지 불투명”
미·러, 시리아 내전 해결책 합의

미·러, 시리아 내전 해결책 합의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
장관이 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마라톤협상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1주일간 임시휴전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제네바 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5년째 내전에 시달리는 시리아가 미국과 러시아의 합의에 따라 오는 12일(현지시간)부터 휴전에 들어가기로 했다.

러시아와 미국은 휴전이 1주일간 지속한다면 극단주의 세력을 격퇴하기 위한 공동 군사작전에도 나서기로 했다.

AP·AFP통신에 따르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협상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양국은 시리아가 오는 12일 일몰 시부터 전국적으로 임시휴전에 들어가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휴전이 시작되는 12일은 이슬람권의 최대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의 첫 번째 날이다.

케리 장관은 “휴전상태가 1주일간 지속한다면 이후 미국은 러시아와 협력해 알누스라 전선과 이슬람국가(IS)의 격퇴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누스라 전선은 국제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를 말한다.

뉴욕타임스(NYT)는 “휴전에 성공하면 이슬람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 격퇴전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처음으로 공동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며 “양국은 타격 대상지 자료를 공유하는 공동작전센터를 만들어 IS와 알누스라 전선을 향한 폭격을 조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군과 반군을 각각 지원하는 러시아와 미국이 시리아 내전 해결책을 두고 갈등을 빚어온 것을 고려할 때 이번 공동 군사작전 합의는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케리 장관은 시리아 사태의 잠재적 전환점이 될 이번 합의가 5년 넘게 이어진 유혈사태를 종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가 합의를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브로프 장관도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라며 이날 합의 내용을 확인했다.

그는 “러시아와 미국은 테러리스트에 대항한 공습을 공동으로 수행하기로 했다”며 “공습이 진행될 지역에 대해서도 합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권이 합의를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9일(현지시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시리아 휴전 합의를
발표하는 스위스 제네바 기자회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휴전이 실제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P통신은 다양한 무장조직이 개입하고, 미국과 러시아 등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복잡성 때문에 이번 협상이 무려 13시간이나 진행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대 격전지인 알레포에서 정부군과 반군의 전투가 격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합의 이행을 강제할 장치가 없어 휴전이 실제로 성사될지도 아직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NYT도 “미국 관리들은 합의 이행이 원만히 이뤄질 것인지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1년 전 러시아의 군사 개입이 알아사드 정권을 도우려는 의도라고 보는 미 국방부가 특히 회의적”이라고 강조했다.

시리아의 온건 반군인 ‘자유시리아군’(FSA)은 시리아 정부와 러시아의 불이행으로 휴전 합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시리아의 반정부 대표단인 고위협상위원회(HNC) 측도 “강제력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미국과 러시아의 합의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2011년부터 무려 5년째 알아사드의 정부군과 반군과 격전이 벌어지는 시리아에서는 알카에다, IS와 같은 극단주의, 테러 단체들까지 기승을 부리는 혼잡양상 속에 민간인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 대상으로 간주하는 미국은 온건 반군에 알카에다와의 관계를 끊으라고 종용하며 군사와 재정지원을 해왔다.

이에 러시아가 오랫동안 지원해온 알아사드 정권이 반군에 밀리자 지난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그러나 시리아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양국은 사태 해결을 위한 접촉에 나섰다.

이에 케리,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2월 극적으로 타결됐다가 파기된 시리아 휴전 체제를 되돌려야 한다는 점을 합의하고 지난달 26일부터 평화협상에 들어갔고, 이번에 합의안을 타결했다.

한 IS 조직원이 올해 7월 18일 시리아 도시 만비즈에서 쿠르드계 시리아민주군과 교전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라브로프 장관은 휴전 합의를 발표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앞두고 밤 늦은 시간까지 기다린 기자들에게 피자와 보드카를 나눠줘 눈길을 끌었다.

피자는 미국 대표단이, 보드카 2명은 러시아 대표단이 준비했다고 라브로프 장관은 설명했다.

기자단에게 피자 나눠주는 러시아 대표단

기자단에게 피자 나눠주는 러시아 대표단9일(현지시간) 밤 미국과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휴전 합의를 발표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앞두고 미국 대표단이 준비한 피자를 기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보드카 나눠주는 러시아 외무장관

보드카 나눠주는 러시아 외무장관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가운데)이 9일(현지시간) 밤 미국과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휴전 합의를 발표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앞두고 러시아 대표단이 준비한 보드카를 기자들에게 주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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