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역 급한불 껐는데…싱가포르·유럽은?

바다위 컨테이너 70% 여전히 표류

한진해운의 컨테이너 선박(한진 그리스)이 미국에선 하역작업을 시작했지만 동남아, 유럽 등에 도달해야 하는 화물을 어떻게 수송할지 관심이 쏠린다. 당장 급한 불은 진화했지만 빠른 시일내 다른 지역에도 자금을 투입하지 않으면 물류대란의 더 큰 불씨가 타오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미국 법원이 10일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압류금지명령(스테이오더)을 승인하면서 일단 미국에서의 급한 불은 껐다. 그룹 차원의 당장 자금 지원이 어려워지자 서울중앙지법이 한진해운 내부 자금(200억) 가운데 긴급 입금을 요청하고 이를 미국 법원에 송금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간신히 막았다.

10일 오전(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터미널에서 5척 선박이 하역작업을 시작했고, 시애틀과 뉴욕항 인근에서도 3척씩 하역 대기중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화물을 내리게 돼 다행”이라며 “당장 미국에서 임시보호명령이 해제됐다면 스테이오더(압류금지명령)를 신청중인 다른 국가에도 도미노 파장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미국 다음이다. 미국에서 하역 작업이 이뤄지면서 국내, 유럽 등지에서도 최대한 빨리 자금을 투입해 화물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총 97척 중 하역을 완료한 선박은 총 20척이다. 국내 항만에 10척, 중국, 베트남, 중동 등 해외 항만에 10척이 하역을 완료했다. 그중 미국 롱비치(5척), 시애틀(3척), 뉴욕(3척) 항만에 하역을 마치면, 나머지 선박 66척은 부산(광양ㆍ36척), 싱가포르(21척), 독일 함부르크(3척), 스페인 알헤시라스(5척), 멕시코 만젤리노(1척) 등 거점항만 인근에 대기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하역 작업을 시작하면 유럽, 동남아 등 다른 지역으로 물건을 실은 화주들의 항의가 쏟아질게 뻔하다”고 말했다. 자금이 지원되면 전세계 항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하역비를 지급하고 물류대란을 해소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같은 혼란 때문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지금 있는 자금을 쪼개서 어떤 항구부터 어떤 선박부터 하역하게 될지 미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세계서 떠도는 한진해운 70여척 약 35만개의 컨테이너 하역을 위해선 총 17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 1개당 하역비용은 300~450만달러(약33만~50만원)으로, 조양호 회장의 사재 400억원이 13일자로 투입된다 해도 바다 위 컨테이너의 약 70%는 여전히 표류하게 된다. 

조민선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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